원서 읽기를 마음 먹은 것은 1년 전 이었다. 당시 회사에서 해외 고객과의 업무를 맡게 되어 어떻게든 빠른 기한 내에 영어를 구사하여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었다. 솔직히 부끄럽지만 해외업무를 맡은 사람이 영어를 못 한다고 하면 웃긴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 웃긴 상황이 나에게 벌어졌었다. 그 때 시작된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고자 이리저리 찾아본 결과 원서 읽기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스피드 리딩’이란 책을 참고도 해보고 이후엔 ‘영어 낭독훈련에 답이 있다’라는 책도 함께 보았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해리포터 1권이었다. 하지만 1권부터 고배를 마시게 되어 한동안 원서읽기는 약 1년간 중단이 되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이 왜 이렇게도 어려운지. 한동안 내려놓았다가 영어 잘하는 팀장의 권유로 다시 손에 든 것이 바로 Lemony Snicket의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이다. 이 책과 관련된 영화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을 오래 전에 미리 본적이 있는 관계로 다시 한번 마음을 먹고 시도하였다.
보들레어 (원서 읽는 동안 ‘바우델리어’라 계속 낭독했던..ㅡㅡ;;) 가문의 3남매 바이올렛, 클라우스, 써니의 기가막힌 불운에 처한 가운데 그 불운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첫 시작 부터가 대형화재 때문에 집이 전소가 되고 그 과정에서 부모가 다 죽게 되고 그 비보를 3남매가 듣게 되는 것부터 시작이 된다. 바로 책의 표지의 이미지가 불운의 시작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다. 부모의 막대한 재산은 그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은행에서 관리가 되게 되고 3남매는 성인이 될 때까지 그들을 돌봐줄 제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친척 중의 한 사람에게 그들은 맡겨지게 되는데 여기서 그들의 불행은 이어지게 된다. 작가는 전지적 시점에서 독자로 하여금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에 대해 가끔씩 각 장의 앞에서 언급하는데, 마치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이 마치 처음 보는 영화를 보는 친구에게 본 영화의 앞으로의 내용을 조금씩 알려주면서 혼자서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조금 얄밉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구사한 참신한 단어들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마치 영영사전처럼 구체적으로 주석을 달아놓아 독자들에게 그 느낌을 잘 전달하고자 하는 친절한 모습도 보이고 있어 내용을 이해하기가 한결 쉽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던지는 써니의 한 마디(?)도 작가만의 특유의 위트를 느낄 수 있어서 유쾌했다.
어찌됐던 13권에 이르는 이 긴 시리즈를 꼭 올해에는 완독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새해부터 1권을 시작으로 힘찬 출발을 하였다. 부디 중간에 이 다짐이 꺾이지 않고 목표달성을 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