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와인에 빠져들다
로저 스크루턴 지음, 류점석 옮김 / 아우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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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보다 소주나 맥주가 훨씬 가까운 나에게 와인에 대한 경험은 직장 상사를 통해서 시작되었다.
사장님이 즐겨 드시는 와인이 있는데, 회식 때 그 와인을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와인에 대해 생소했던 나는 와인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X마트에 가서 상사가 얘기한 와인을 달라고 하였다.

“1865 와인 1병 주세요”
“손님, 어떤걸 찾으시나요? 까베르네 쇼비뇽드릴까요? 까르미네르 드릴까요?”
“!!!! ?????? 저,,저,,, 많이 팔리는 걸로 주세요….;;; ”

나의 부족한 와인 상식에 관련된 웃지 못 할(?) 일화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의 유명한 와인 비평가로서 이 책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바쿠스(로마 신화의 술의 신)의 사제’ 중에서도 일급이라 평할 수 있겠다. 유명 와인 비평가를 통해 이러한 나의 와인에 대한 밑바닥 수준의 와인지식을 적어도 나의 무릎 정도의 높이로만 이라도 쌓아 올리고자 선택한 책이 ‘철학자, 와인에 빠져들다’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와인에 대한 상식을 넓히기 보다는 보다 와인에 대한 비평서이자 한 권의 철학서였다.

책의 구성은 내 나름대로 표현하자면 권두부록(철학자들과 와인의 결합), 바쿠스의 사제가 된 결정적 계기, 유럽에서 세계로의 지역별 와인으로의 여행, 순수와인비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두부록의 많은 철학가들과 그들이 했던 주장을 요약하면서 철학자 고유의 색깔에 맞는 와인을 추천한다.
비록 그 것이 나의 부족한 와인적 상식과 교과서에서만 아주 단편적으로만 접해보았던 사상가들의 이야기로서는 철학자와 와인결합이라는 공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읽을 수는 없었다.

저자의 직업은 철학자이자 유명한 와인비평가로 많은 시음회에 초청을 받아 참석하고 비평을 한다. 그러다 보니 와인에 대하 조예가 상당하다.
최대의 와인생산지인 프랑스의 보르고뉴, 보르도, 보졸레 지역을 시작으로 전세계의 와인에 대해 자신만의 언어로 품평한다.
단순히 와인의 맛에 대한 품평뿐만 아니라 해당 와인의 생산지의 특색, 포도품종, 양조 방식, 상품화, 와인의 생산역사 등의 상세한 내용을 곁들어서 많은 종류의 와인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이런 상세한 내용을 곁들이니 저자가 주장하는 와인은 역사와 문화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된다.

저자는 와인을 문화라 지칭하고 와인을 시와 음악에 비교하며 예술로 승화시킨다. 맛에 대해 저자와 같은 절대 미각을 보유하지 못했지만 와인을 먹을 때의 느낌과 일반 알코올(소주,맥주,양주)를 먹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초보자인 나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와인은 토양이자 역사이다.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농민들의 수고와 노력의 산실이기 때문이며 먼 옛날 포도농장을 둘러싼 여러 역사적 사실 때문에 그러하다.

일반 술, 알코올과는 구별하면서 와인을 한 단계 승격시킨다. 알코올은 그 맛을 음미하기 보다는 알코올 섭취로 인한 몸의 흥분상태 등을 위해 사람들이 마신다. 물론 많이 마신다면 일반 알코올과 같아지겠지만 마시는 과정은 일반 알코올과 다르다. 와인은 그 맛 자체를 즐긴다.

이 책은 나에게 '술이란 나에게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저자는 와인을 순수하게 즐기고 그리고 와인을 매개체로하여 다른사람들과의 우정, 만남, 대화 등의 문화를 말하고 있다. 나에 음주문화를 생각해보니 술을 즐길려는 것보다 취하려는데 목적을 두고 있던적이 많았던것 같다. 처음부터 술을 제대로 인해하지 못하고 배우지 못한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하지만 와인이라는 새로운 문화앞에서 과연 내가 무엇을 찾아야 할까? 이제부터 나만의 숙제가 시작되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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