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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는 없다 -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유성운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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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 교과서는 대체로 우리 선조들이 과거에 처한 위기 상황을 제시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이러한 서술 방식의 중심엔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우리는 그 인물들의 업적을 외우는 데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불러일으킨 파장이 아니라 그 원인 아닌가?

특히나 나라를 통째로 뒤흔들었던 국권침탈, 임진왜란, 병자호란, 거란의 침입, 당나라 그리고 수나라의 침입을 서술하는 부분에선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하게 되었다는 서술보다는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혹자는 원인을 분석하는 행동 자체가 피해자가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건 지나친 비약이라 생각한다. 국가 대 국가의 관계 안에는 개인들 사이의 알력 다툼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성이 자리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로 가르지 말고 보다 더 넓은 시야에서 대외관계의 흐름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특히나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래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한국사는 없다>의 작가가 역사의 수많은 장면들을 그 당시 국가들의 대외관계를 기반으로 해석하는 내용들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특히 진한시대 이후 오랜 시간 분열되어왔던 중국이 수나라로 통일되자 고구려를 제대로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해석과 명나라가 해금 정책을 써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선에서도 차선으로 조공무역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 등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명나라 시기 왜구가 극성을 부린 것도 왜가 조선에 비해 조공무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적었기 때문이었다는 해석, 그리고 이를 일본이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본 것 또한 재밌었다. 작가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우리나라 지도 안에 가둬두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동북아시아 지도를 그려두고 서로가 어떤 관계를 가졌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중종반정의 결과를 은과 연결시켜 이야기하는 부분 또한 재미있게 읽었다. 사농공상을 따랐던 우리 선조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철학자들을 존중하지만 철학을 안다는 이유로 국가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자본주의의 단점도 많긴 하지만 결국 자본주의 덕분에 우리 모두가 고기 먹으면서 잘 살고 있으니까. 그래서 성리학자들이 한 번씩 헛발질을 했었던 기록들을 읽을 때마다 조선의 스타트에 아쉬움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도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본 거겠지. 작가는 최대한 현재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그 당시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게 인과관계를 분석해 준다.

작가는 근대 역사에 접어들어서는 역사의 해석에 덧붙여 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한국사는 없다>의 작가도 구한말 지배층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든다. 나는 대체로 동의하는 내용들이었다. 심용환 선생님의 해석과도 맞물리는 내용들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마지막 말이 참 만음에 든다. "피 끓는 감정을 고양시키기보다는 차갑게 당시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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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 간신전 간신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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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는 말을 국회에서의 정치로 처음 접해서 그런지 나는 정치에 대해 꽤나 반감이나 나쁜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정치' 본연의 뜻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중재하거나 공동체를 끌어가는 힘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뭔가 정치는 쉬이 착한 단어로 들려오지 않는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 간의 타협이라는 뜻으로도 많이 쓰이지만, 글쎄 보통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다를 때 많이들 양보를 하는 편이다. 일단 타협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보통의 사람들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의도성을 지닌 사람들이고 실제 이들을 지인으로 두었을 때는 간혹 섬뜩할 때가 많다. 지인이면 차라리 괜찮다. 직장 동료 면 이야기가 더 달라진다.

정치적인 사람들은 결국 상대와 타협하기 위해서 유리한 패를 가지려고 하는데, 그 과정이나 결과가 각양각색이다. 사탕 발린 말을 하는 사람에서부터 자신만이 지닌 정보를 가지고 저울질을 하는 사람까지, 보통의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치력이 아예 없으면 이 또한 답답할 지경이다. 간혹 이런 사람들을 '착하네'라고 표현하는데 다른 말로 하자면 '아둔하네'이다. 어른은 무작정 순수해 서만도 안된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친구를 사귀던 때와 달리 거의 매 순간이 계산적이게 된다. 이때 중요한 건, 그 계산을 나만을 위해 쓸 것이냐 아니면 공동체 전체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쓸 것이냐에 달려있다. 공동체를 위해 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멋지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멋짐이야말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반면 자신만을 위해 쓰는 자들 또한 존재하는데, 이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간신전>은 역사책에 오를 만큼 정치를 순전히 자기만을 위해 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중국 간신 18명의 이야기가 담겼는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런 짓까지 한다고?,라는 생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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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세계의 괴물들 - 아무나 이해할 수 있는 IT 이야기
아무준수 지음 / 생능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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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엔지니어(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가 매번 하는 말이 있다. '진짜 코딩을 하려면 기초부터 탄탄해야 한다.' 나는 친구가 말하는 이 기초라는 게 대학에서 배우는 기초 학문으로 이해하고 있다. 전산학이나 원자학(?) 이런 학문의 느낌의 느낌이 나는 그런 책들에 쓰여있는 학문 말이다. 때문인지 코딩을 배우는 데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나 또한 기초부터 쌓지 않는 한 높은 위치로 가지 못한다는 걸 다른 분야에서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교 교육과정에 SW와 AI 학습 시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와이프가 종종 봤다는 만화이자 IT 전문가가 마치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려고 그린 것과 같은 보기 쉬운 서적을 찾았다. <IT 세계의 괴물들> 표지도 책에 대한 소개도 간단하지만 첫 장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귀여운 트랜지스터를 보고는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읽게 되었더라 했다.

책은 반도체/소프트웨어/프로그래밍/기술의 통합 이렇게 4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나뉘어 있지만 읽기는 당연히 반도체부터 읽어야 한다. 몸(반도체)이 있어야 생각(소프트웨어)도 할 수 있으니까, 반도체에 대한 이해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반도체'를 읽으며 그동안 어렴풋한 개념을 세우고 있던 내용들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CPU와 GPU의 차이, 나노 공정이 얼마나 복잡한 기술인지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가 컴퓨터 안에서 하는 역할 등이 쉬운 언어와 그림으로 내 머릿속을 정리해 주었다.

소프트웨어 분야를 읽으면서는 (책 내용과는 별로 상관없지만) 소프트웨어 강국 미국이 많이 생각났다. 반도체 생산 공정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려놓은 우리 기업과 인재들의 힘을 모아 우리도 소프트웨어 쪽에 좀 더 힘을 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약한 기대도 했다. 그리고 비전공자의 고비는 역시 '언어'에서 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이야기만 나오면 아무리 쉽게 해설해 줘도 도대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이 부분은 다시 한번 정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그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 아닌가. 나도 내 분야에서 작가 아무준수의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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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세계의 괴물들 - 아무나 이해할 수 있는 IT 이야기
아무준수 지음 / 생능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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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세계의 괴물들 - 아무나 이해할 수 있는 IT 이야기
아무준수 지음 / 생능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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