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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 - 학습 공간 모델과 학교 유형,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김성원 지음 / 소동 / 2023년 11월
평점 :
어떤 남자가 나와서 과거의 교실과 현재의 교실 사진을 번갈아가며 비추며 '왜 세상은 변했는데 교실은 변하지 않는겁니까?'라고 외치는 영상이 있다. 이 영상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남자가 주장을 하는 대목에서 '관료로 보이는 여러 나이든 사람들을 카메라가 비추는 데' 있다. 마치 관료주의가, 나이든 사람들이 학교의 변화를 막고 있다는 식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그렇게 만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실제 보통교육이 실시된 이례로 우리나라 학교들은 어느 지역에 있던 똑같은 형태로 지어졌다. 같은 방식이 양산되었고 새로운 학교라 하더라도 자재만 좀 좋아지거나 외관이 예뻐질 뿐 그 구조가 변화된 사례는 많지 않다(개인적인 경험). 요즘 1~2학년 교실들을 기존과는 색다른 방식으로 바꿔주고는 있지만 책상이 좋아지거나 바닥이 편해졌을뿐 그 구조 자체는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변화를 누가 시도할 것인가? 그리고 그 변화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초중등 교육이란게 특수한 몇 명만 체험하는 분야가 아니고 전국민이 어렸을 적 겪는 공통의 과정이기에 모두가 초중등 교육에 할 말이 하나씩 있다. 모두가 발을 담구고 있는 분야이기에 누가 대표가 되어 무언가를 하더라도 욕 먹기 딱 좋은 위치이고,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쉽게 따라주지 않을 사람들이 다수가 존재하는 분야이다.
다시 위 영상을 떠올려보자면, 나는 그 영상을 참으로 웃기다고 생각했다. 마치 자신이 무엇인가를 먼저 깨달은것처럼 다수 앞에서 '왜 학교는 변하지 않는 것입니까!'를 외치는 그 영상은 전혀 멋있지 않고 미숙하게 감정만 표출하는 걸로 보인다. 교육은 누가 그렇게 소리친다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발을 걸치고 있기에 교육은, 몸집이 큰 슬라임이 기어가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당겨졌다가 그러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복잡 미묘한 것이다.
이런 내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은 현장의 교사와 교육청 직원들에게 신선함을 던져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왜 우리의 교실이 이렇게 정착되었는지 그 역사를 되짚어 보고, 현재 연구 중이고 만들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례의 교실 모습들을 제시해준다. 김성원 작가의 이런 시도가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가 되어 사람들을 조금씩 흔들어 놓을 것이다. 이제는 조금 변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던져주는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는 바로 '소그룹실'의 존재다. 사방이 트여있는 교실 안에서는 아무리 모둠 활동을 철저히 시켜도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걸 막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만약 내게 주교실 1개와 소그룹실 2~3개가 주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모둠 친화적인 수업을 구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 건축을 좋아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