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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저널리즘 - 챗GPT 시대, 언론 미디어 산업의 대전환,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창섭 지음 / 두리반 / 2023년 6월
평점 :
알파고와 이세돌의 시합을 가볍게 봤다. 초등학생 시절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던 오셀로 게임을 하며 컴퓨터에게 빈번하게 졌던 빈약한 두뇌의 나(?)로서는 이세돌 또한 사람이니까 질 수도 있지라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었다. 변화하고 있는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머신러닝에 대해 접하고 더 이상 AI를 학습시키는데 알고리즘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지금은 AI의 가능성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 라벨링 되어 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특히 생성형 AI는 우리의 질문에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답변하는 데까지 진화했다. 챗 GPT4 같은 생성형 AI를 사용하면 특정 분야에선 네이버 블로그나 나무위키를 통해 검색하는 등의 수고로움을 통해 얻는 자료보다 더욱 양질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인간과의 다름은 분명히 존재한다. AI는 학습된 자료들 속에서 답변을 내리지만 인간이 하는 추론, 통찰 그리고 창의적인 생각해 내기 등과 같은 부분에선 갈 길이 멀다. 혹은 이게 욕심일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별하는 것 자체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AI가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별하는 정도밖에 못한다고 AI의 가능성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연구자들의 역량과 노력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추론 능력을 갖게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자들 또한 이런 AI와 협업을 하고 있다. AI를 통해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분야에서 시간을 절약하고 보다 복잡한 분석과 추론, 생생한 현장 전달과 같은 분야에 더 많은 노력을 쏟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대량의 데이터를 다뤄야 하는 분야에선, AI가 특이점을 찾아내 자료에 대한 분석과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외에 긴 글을 요약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스포츠 기사와 같이 자동화가 가능한 분야에선 비용을 절감하면서 더 많은 독자를 유인할 수도 있다. 특히 기존엔 다루지도 못했던 고등학교 야구부 소식을 AI를 활용하여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선 AI의 순기능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다양한 AI 툴을 서브 모니터에 켜두고 업무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나는 아직 거기까진 활용해 보지 못했는데, 기안문이나 학운위 자료를 작성할 때, 혹은 가정통신문을 만들 때도 사용해 볼 수 있을까?
<AI 저널리즘> 책을 읽는 내내 마르크 레비의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이 생각났다. 기자가 주인공이었지. 그 기자는 은폐된 어두운 사건에 대한 취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여러 방법을 통해 정보를 모았고 기사가 완성될 즈음에 살해당하게 된다. 그가 모은 정보들은 없어질뻔했던 자료들과 여러 사람들의 증언에 의한 것이었지 쉬이 얻을 수 있는 자료들이 아니었다. 주인공 앤드루 스틸먼이 보여주었던 용기나 통찰력, 의지 같은 것들은 지금의 AI가 보여주기는 어려운 인간의 고유 영역이다. 대체될 수 있는 것들이 대체되더라도 이런 기자들의 노력이 펼쳐질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