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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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완득이'는 영화, 책 모두 인상적으로 본 것들이다. 책을 읽다보면 같은 작가의 글을 선호하게 되고 기대 심리가 생긴다. 이번에 김려령 작가의 '트렁크' 또한 기대가 되었다. 서른살, 다섯개의 결혼반지? 표지 속 글귀가 의아하기만 하다. 서른살 나이에 결혼을 5번이나 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사랑, 결혼 그 의미가 새롭게 담겨 있을 것 같다.

 

'트렁크' 제목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출장을 가듯 트렁크를 챙겨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끝내는 주인공 인지의 모습을 보면서 트렁크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랑은 하지 않는 결혼 생활이 어떻게 여러번 반복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결혼정보업체 웨딩라이프의 비밀 자회사인 NM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VIP 회원의 기간제 부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그 상황을 의심 받거나 하면 보안팀이 등장해서 해결해준다.

 

철저한 관리 속에서 진행되는 결혼 생활과 NM 보안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영화 감시자들에서 범죄 설계자를 감시하면서 펼치는 장면이 연상되어 스릴 넘쳤지만 잔혹한 뒷처리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끼친 것도 사실이다. 가상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단순한 에피소드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혼, 사랑, 동성애 등 다양한 주제들이 거침없는 필력에 담겨 있다. 때론 속이 후련하면서도 때론 거부감이 드는 것은 지극히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다.

 

20대에는 시간이 훌쩍 흘러 40대가 되면 뭔가 사는게 좀더 편해지고 지금 보다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기대했었지만 그 나이가 되고 보니 별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청춘이 있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후회를 할 뿐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일들은 잊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지만 결코 그것은 별개가 되지 않고 그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라는 것이 그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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