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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제삿날 ㅣ 학고재 대대손손 8
한미경 글, 이지선 그림 / 학고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제사를 떠올리면 기억나는 일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제삿상에 올려져 있던 빨간 사탕 옥춘을 먹다가 들켜서 혼났던 일이 있다. 지금은 줘도 잘 먹지 않을텐데 그때는 참 달콤했었다. 어릴적 제사를 보고 있으면 꽤나 늦은 시간에 지내고, 절차도 복잡해서 신기했었다. 끝났나 싶으면 또 다시 시작되고 하는 것이 보면서 이제나 저제나 제사 끝내기만 기다렸던 시간들이 그립다. 이제는 결혼해서 제삿상을 차리다 보니 결코 쉽지 않지만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고, 정성을 다해 조상님께 비는 마음이 정갈하게 느껴진다.
'여우 제삿날' 그림 스타일이 잔잔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읽었는데 나중에 웬일인지 코 끝이 찡해진다. 아흔아홉 마리 산다는 여우골에 백 년은 산 여우가 사는데 콧대를 세우며 잘난 체를 심하게 해서 친구가 하나도 없다. 언제부턴가 몸이 으슬으슬 춥고 떨려서 힘들어 하던 여우는 산신령에게 병 고치는 법을 묻게 되고 제사에 그 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서로 돕는다는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마지막 여우의 모습은 안타까웠지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어 오히려 기뻤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제삿날은 정성을 다하는 날이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제사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시간도 좀더 빨라지고 절차도 간소해졌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정성이다. 여우도 감동한 정성이 있었다. 며칠 있으면 제사가 있는데 좀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다. 힘들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마음 가득 정성을 담고 준비해야겠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