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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침묵 ㅣ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4
주제 사라마구 글, 마누엘 에스트라다 그림, 남진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가끔 차를 타고 저수지를 지나쳐 갈 때 낚시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종종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요즘 같이 성격이 급해진 지금은 차분히 앉아서 고기를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기다리고, 놓치고, 잡고 하는 과정들은 우리가 인생을 대하는 모습과 닮았다. 그런 의미를 진하게 담고 있는 한 권의 그림책을 만났다. '눈 먼 자들의 도시'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글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깨달음을 준다. 아이들의 그림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깊이가 있다.
낚시를 하던 한 소년은 커다란 물고기와 힘겨루기를 하지만 결국 놓치고 만다. 처음 물고기가 찌를 물었을 때만 해도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은 짜릿한 감정을 느끼지만, 물고기를 놓치자 절망감을 느낀다. 찌가 불량이었나 다른 것을 탓해 보기도 하다가 다시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아이는 집으로 달려가 새로운 낚시대를 가져온다. 놓친 그 물고기가 기다려 줄 것이라는 헛된 기대감을 갖지만 그 또한 깨어지고 만다. 소년은 물고기를 통해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고 그로 인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그것을 놓쳤을 때는 절망할 수 밖에 없다. 허무함과 좌절감으로 힘들지만 고요하게 흐르는 물을 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게 된다. 물고기를 잃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잃은 것은 아니란 것도 알게 되고, 실패의 기억을 새기게 된다. 자신이 찌를 삼킨 물고기를 만나게 될 수도 있고 혹은 누군가에게 월척이 되어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물의 침묵은 강하게 우리에게 인생의 깊은 가르침을 준다. 잔잔하듯 강하게 물처럼 흘러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