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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걷는 길 ㅣ 담쟁이 문고
이순원 지음, 한수임 그림 / 실천문학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가 구비구비 대관령 고갯길을 걸으면서 아들에게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자의 대화를 보면서 '어쩜 그렇게 조곤조곤하게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받아줄까...' 내내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와 대화가 아닌 지시가 더 많았던 요즘의 내 모습과는 참으로 비교가 되었다. 단지 부모 혹은 어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강요했던 것은 아닌지... 평생을 살면서 아이에게 힘이 되는, 가슴 뛰는 이야기 하나 들려 줄 수 없다면 그것은 치열하고 의미있게 살지 못했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누구든 삶의 보편적인 진리를 이야기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땀이 실려 있지 않다면 깊이가 없다. 말에 내면의 울림이 없다면 듣는 이 또한 가슴으로 받아 들이지 못해 공감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와 함께가 될 것인가?' 큰 숙제가 주어졌다. 느리고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고 더 편한 삶을 위해 애를 쓰면서도 정작 아이에게는 그것을 가르쳐 주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많이 고민해봐야겠다. 아이에게 무엇을 들려주고 싶은지에 대해서...
아버지와 아이가 동행하면서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하고, 풀 이름도 대고, 사람과의 관계맺음, 우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코 끝이 찡해졌다.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 생각이 떠올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땐 왜 시간이 많은 줄 알았었는지, 함께 손을 잡고 걸어 본 적이 없었는지 한없이 아쉽기만 하다. 부모 그늘이 세상 전부인줄 알다가 조금 컸다고 독립을 외친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절대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다.
이제는 내가 엄마가 되어 아이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을 꿈꾼다. 뭔가를 가르치지 않더라도 그저 니 얘기, 내 얘기를 들려 주면서 함께 웃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참으로 가슴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이 있는 책이었다. '우정에 대하여' 전문은 개정 초등 5학년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고 하니 아이에게도 꼭 읽혀야겠다. 책 속에 나온 '아내 책상', '엄마 책상'이 계속 가슴에 남았는데 조만간 나만의 공간인 책상을 만들어봐야겠다. 그 속에서 좀더 여유와 연륜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