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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버터플라이 - 아메리칸
마틴 부스 지음, 만홍 옮김 / 스크린셀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영화 '아메리칸'의 원작 소설이라고 해서 궁금증이 생긴 책이다. 스릴러치고는 제목이 부드럽다. 최고의 암살용 총기 제작가와 나비 화가라는 두 가지 모습은 이질적이지만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암살을 돕기 위한 자신의 작업을 마치 예술의 한 면으로 받아 들이는 모습은 반감을 불러 일으키지만 담담한듯 제 3자에게 들려주는 그의 목소리는 우리의 기존 규범과 잣대를 흔들어 버리면서 언뜻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배경인 이탈리아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글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그럴때마다 영화 속에서는 이 장면들을 어떻게 표현해 놓았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솟구치곤 한다.
사실 이 책은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 담담한 읊조림 같은 글들이 읽는 사람의 기분을 가라앉게 한다. 암살용 총기 제작가라는 신분을 위장한채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그 모습에 화려한 액션이란 없다. 액선을 기대한다면 지루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미스터 버터플라이는 그저 고양이처럼 어둠에 몸을 숨긴채 살금살금 다가가는 한 늙은이일 뿐이다. 마지막 의뢰를 끝내고 은퇴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리 쉽게 풀리진 않는다. 생각지도 못한 '그림자거주자'의 등장으로 일상은 균열을 맞는다. 무미건조하고 지루했던 내용은 갑자기 탄력을 받으면서 그림자거주자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추적이 시작된다.
미스터 버터플라이의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면서, 긴장감이 고조시키며 추리를 하다가 의외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잠깐 스쳐 갔기에 주목하지 못했던 인물이 갑자기 크게 부각이 되는 것이다. 나름의 반전이며 스릴러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극히 따분한 삶을 자극시키는 것은 바로 범죄의 세계이다. 암살을 최고의 죽음이며, 예술로 받아 들이는 한 남자의 모습은 낯설고 특별하다. 하지만 평화로운 마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는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다. 명분도 없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에서 용납도 되지 않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정의들로 돌아가는 세상이니 무엇으로 그를 단죄하겠는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의 존재를 위장한채 무심한듯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