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놀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209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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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 유치원 주제가 바로 '그림자'였다. 손전등도 챙겨가서 그림자에 관한 다양한 활동이 유치원에서 이뤄졌고, 집에서는 그림자를 소재로 한 책을 보여주는 시간들이었다. 밤이 되면 불을 끄고 손전등에 손을 비추며 여우랑 새를 만들어 보았으며, 낮에는 그림자가 왜 생기는지 알려주는 책을 찾아 보곤 했다.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영역을 접근하는 것은 책 읽기의 또 다른 묘미 중의 하나이다. 그림자에 푹 빠진 아이에게 딱 어울리는 책을 만났다. 바로 '그림자놀이'이다.

 

'파도야 놀자'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는 이수지 작가의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전에는 글자가 없으면 아이에게 보여 줄 때 이야기를 만드느라 머리를 싸매곤 했는데 글자 없는 그림책의 매력은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을 아이를 보며 느낀다.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래서 상상이 주는 무한한 즐거움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다.

 

그림자 놀이에는 현실과 상상이 공존한다. 불을 켜면 모든 것을 볼 수 있을만큼 환해지지만, 불을 끄면 달라진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날아가는 새도 되고, 우아함을 뽐내는 공주가 되기도 한다. 원하는 것은 상상만 하면 된다. 현실과 상상이 묘하게 얽혀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구분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걸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그저 즐기면 된다. 꿈꾸는대로 이뤄지고,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자 세상이다.

 

처음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니 보여지는 것에만 연연해서 어떻게 해서 그림자가 이렇게 달라진 것인지 의아해 한다.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한다면 많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재미도 없다. 하지만 상상력을 발휘하면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맞게 된다. 마치 아이 안에 잠들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닮아 있다. 같은 것을 보아도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처럼 아이의 가능성 또한 그 일부만 만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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