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아이에게 칭찬이 인색해졌다. 자랄수록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되니 칭찬하는 때 보다 더 잘하라고 재촉하는 말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는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왠지 모르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런 모습을 보니 ’이게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만 잘났다고 하는 것은 보기 싫지만, 위축되어 자신없는 모습도 보기 좋지는 않다. 무엇이든 우리 아이가 최고라는 아빠와 버릇 나빠진다고 중재를 하는 엄마 사이에서 아이는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책 읽기에 시들하더니 그래도 ’내가 최고야’는 세 번이나 읽었다. 글은 많지 않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은 풍부하다. 두더지 보다 빠르고, 거위 보다 땅을 잘 파고... 멍멍이는 무엇이든 참 잘한다. 그 모습을 보는 친구들은 왠지 슬퍼진다. 하지만 자신들도 멍멍이 보다 더 잘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감을 회복한다. 멍멍이 또한 친구들이 나 보다 잘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겸손을 배우고, 배려를 배운다.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고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친구와의 우정이다.
친구들에게 이겨서 신나게 웃거나, 잘하는게 하나도 없다고 훌쩍거리는 멍멍이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계획된 것은 없이 그저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대로 행동한다. 하지만 순수함이 있어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께 하고, 또 금방 잊고 밝게 웃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정에 솔직한 아이들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누군가를 이기는 것이 최고가 아니라, 그 사람만이 가진 면을 존중하는 마음이 정말로 중요한 것이란 것을 아이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딸에게 ’넌 어떤 점이 최고야?’ ’뭐가 젤 자신있어?’ 하고 물었더니 ’난 그림을 좋아하고, 잘 그리잖아. 그래서 최고야’ 하고 대답을 한다. 평소 화가가 된다고 이야기 하는 아이인지라 제일 자신있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그림이었던가 보다. 늘 하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느꼈는데 왠지 아이의 소중한 꿈을 엿 본 것 같다. 나중에는 어떤 꿈으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 무엇보다 네가 엄마에게 있어 최고의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멍멍이를 따라 그리더니 제법 비슷한 모양새가 나왔다. 이제부터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때마다 칭찬을 해줘야겠다. ’우리 딸 최고’란 말에 왜그리 인색했는지 모르겠다. ’그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우리 딸 최고로 멋진 솜씨를 가졌다’ 하고 말해주니 쑥스러워 하면서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런 순간들이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란 것을 잊고 있었다. 오늘따라 ’최고’란 단어가 참으로 달콤하게 들린다. 가끔은 왕자병, 공주병에 걸려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열심히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아이는 한없이 진지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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