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할머니 탐정단

카사노바 살인사건 ㅣ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3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8월

탐정 글래디 골드 세 번째 이야기이다. 처음엔 단권인줄 알았는데 표지를 보고서야 시리즈라는 것을 알았다. 노인 탐정단이라니 기존에 접하던 추리소설이 아니라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독하고, 자극적인 것이 아닌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란 생각때문이다. 황혼에 이른 사람의 연륜이란 또 다른 향기를 풍긴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도 여자의 정체성은 더욱 강해지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 또한 끝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나이란 숫자에 불과한가 보다. 할머니 탐정단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 된다.

처음엔 무척이나 잔잔한 내용들에 추리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없었다. 나이 든다는 것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사건은 언제 푸는거야?' 싶을 만큼 속도가 더디다. 하지만 왠지 모를 끌림이 있다. 아직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일상을 좀더 깊이 있는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자극적인 사건 보다는 인간적인 냄새가 듬뿍 뭍어나는 소설이다. 황혼의 로맨스, 인간적인 고뇌,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살인사건이 묘하게 어울린다. 

글래디 골드와 글래디에이터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감동이 있다. 저마다 개성을 가진 모습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미소 짓게 한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 1, 2권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럼 할머니 탐정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 같다. 근사한 탐정의 모습은 아니지만 인생의 연륜이 뭍어나는 탐정단은 왠지 편안함을 준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더 유연한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음모, 스릴이 없어도 추리 소설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색다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