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쟁이 아기 괴물
완다 가그 글.그림, 정성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글판과 영문판이 함께 있는 책으로 'THE FUNNY THING'란 원제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긴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노란 표지 속에 등장한 공룡과 비슷하게 생긴 괴물과 덥수룩한 수염이 있는 난장이 할아버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공룡처럼 보이는 동물은 아주 심술맞다. 인형 먹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착한 아이들의 인형을 더 맛있어 한다. 하지만 실제 심술맞다기 보다는 그저 과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아이들이 자기의 힘을 과장하고, 그 반응을 즐기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아기 괴물의 모습도 귀엽지만 사실 난장이 할아버지의 행동이 더욱 사랑스럽고 재미있다. 인형을 먹는다는 말에 깜짝 놀라는 표정이나 인형을 뺏길 아이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는 모습은 절로 웃음 짓게 한다. 괴물에게 그렇게 심술궂게 행동하면 안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아기 괴물이 인형을 먹고 싶지 않게끔 칭찬을 해준다. 괴물의 꼬리, 눈썹, 파란 볏을 칭찬하면서 그렇게 멋진 이유는 골고루 먹기 때문이란 것을 보여준다. 아이가 싫어하는 야채를 골고루 넣어서 맛있는 주먹밥을 만들어 주는 엄마의 모습과 같다.

 

하나의 그림책으로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아기 괴물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 하다가, 인형을 먹는다는 말에 놀라기도 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으며 상상의 날개를 펴기도 한다. 또한 한글판과 영문판의 다른 점을 찾아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잠잘 때면 항상 애벌레 베개와 원숭이 인형을 챙기곤 하는데 아기 괴물이 인형을 먹는다고 하니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고, 골고루 잘 먹은 아기 괴물이 얼마나 멋지게 컸는지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제 아기 괴물은 착한 아이들의 인형을 먹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점점 자라는 파란 볏들과 멋진 꼬리를 보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 우리 아이들의 인형이 무사한 것은 아마도 난장이 할아버지 덕분일 것이다. 판타지가 섞여 있어서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다. 현실과 환상이 공존한다. 원래는 흑백의 단색으로 그려졌다고 하니 이 그림책과는 또 느낌이 다를 것 같아 궁금해진다. 아기 괴물에 맞서지 않고 살살 구슬리는 난장이 할아버지의 대처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