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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토끼 마시멜로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4
클레어 터레이 뉴베리 지음,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적 시골에서 자랐고 토끼를 키워서 토끼풀을 뜯어다가 주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르곤 한다. 그러다 한 십년 전쯤 아는 분이 토끼를 사다줘서 키워 본 적이 있다. 처음엔 아주 작아서 귀엽게만 느껴졌는데 무척이나 말썽쟁이였다. 그땐 사무실을 혼자 쓰고 있었는데 아침에 출근해서 보면 토끼가 컴퓨터 선이며, 전깃줄을 갉아서 끊어 놓아 수습하느라 무척이나 힘들었고 결국엔 집에 내려 오면서 시골에 맡겨 버린 기억이 있다. 가끔 동물원에 가야 볼 수 있는 토끼는 그렇게 추억이 되어 버렸다.
'작은 토끼 마시멜로'는 담백한 글과 그림이 더욱 눈길을 끈다. 화려하고 기법이 다양한 책들을 보다가 이 책을 접하면 한편 심심하게도 느껴지지만 그런 꾸밈 없는 모습이 더 큰 여운을 준다. 목탄으로 가볍게 그리고 검정, 흰색, 옅는 주황색만이 그림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동물의 동작 하나 하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가정부 틸리 양과 고양이 올리버, 아기 토끼 마시멜로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즐거움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준다. 고양이와 토끼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변화없이 그저 평화와 고요, 먹을 것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던 고양이 올리버에게 토끼 마시멜로는 불청객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마시멜로의 뽀뽀는 토끼를 보면 쫓는 고양이의 본성을 잊어 버리게 할 정도로 달콤함을 담고 있다. 서로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어 바싹 기대어 앉아 나른한 잠에 취해 버린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런 감정을 아이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림책으로도 즐겁지만 동물백과를 보는 것처럼 토끼의 특징이 잘 담겨 있어 그것을 알아가는 재미도 크다.
틸리 양이 처음 '토끼를 칭소하는 시'를 쓴 것을 읽으면서 '이상하다. 토끼 키워 본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하며 고개를 갸웃했었다. 하지만 틸리양이 다시 쓴 '토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엄중히 경고함' 시를 읽고는 내가 기억하는 토끼의 모습이 정확히 담겨 있어서 배꼽을 잡을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토끼를 키워 본 사람은 다 알 수 있는 행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올리버와 토끼 마시멜로의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