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봐, 바틀비! 웅진 세계그림책 131
로빈 크루즈 지음, 케빈 호크스 그림, 엄혜숙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늦은 나이에 첫 아이를 키우면서 사소한 일에도 크는 과정의 일부인지 아닌지를 놓고 헷갈려 한 적이 많다. 다른 아이와 조금만 다르게 행동해도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육아 까페의 글들을 검색하다가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고는 한숨 돌리곤 하던 때도 있다. 조금만 말이 늦은 것 같아도, 혹은 누군가 '말이 좀 늦은거 아냐?' 라는 말을 해도 엄마들은 가슴이 철렁하곤 한다. 그것이 아이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작은 것에도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말해봐 바틀비'는 조금 성장이 늦은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잘 웃고,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지만 단지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은 안절부절 못한다. 왜 말을 못하는 것인지? 무슨 이상은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걱정을 하며 아이의 말을 유도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극성스럽게 아이를 몰아댄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에게 말을 하라면서 기다려주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아릿해진다.

 

아이에게 묻고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엄마식대로 판단을 하거나, 아니면 아이가 말을 하고 있는데도 중간에 끼어들곤 한다. 그럴 때면 아이는 '엄마, 내 말 좀 들어봐' 하면서 불만을 털어 놓곤 한다. 항상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말을 주의깊게 들으라고 하면서도 정작 엄마는 아이에게 그런 배려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귀 담아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잊고 지냈는데 이 한 권의 책으로 아이를 좀더 이해하게 되었고, 엄마로서의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조금 느리다고 해서,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을 기다려 주지 못하는 조급함이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를 준다. 아이가 편한 마음으로 언제든 달려와서 이야기 하고 싶게 만드는 들어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에게만 귀 담아 들으라고 잔소리 할 것이라 엄마 자신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다른 사람의 말도 잘 들어 줄 수 있는 자세를 갖게 된다. 아이와 함께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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