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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죽기로 결심하다
함규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법정 스님의 선종 소식을 듣던 날 한 권의 책을 읽기 시작하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책 안쪽의 까만 줄을 보았다. 무슨 무늬인지 궁금해 하며 아래를 쳐다 보니 또 다시 양편에 까만 줄이 있다. 영정 모습을 한 책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처연한 느낌을 준다. 죽기로 결심했던 고종의 이야기를 재조명한 것이기에 고인의 명복을 비는 뜻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역사를 좋아해서 책이나 사극을 즐겨 보는 편이고 종종 대원군과 명성왕후를 만나곤 했었다. 하지만 또 다른 인물 고종에 대해선 그다지 생각한 적이 없었다.
'고종은 왜 죽기로 결심했을까?' 실제 고종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한 행동인지는 정확한 근거가 없지만 자신이 아들이 아편이 든 커피를 마시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꼼꼼한 성격으로 자신을 지켰던 정황들을 따져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가설들을 통해 고종을 재조명하고, 시대적 상황들을 짚어 주니 더욱 고종이 안쓰러워진다. 아버지와 부인에게 가려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무능함의 대표로 취급 받았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나 또한 그전엔 참 힘 없고, 약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이 있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양 사람을 판단하다 보면 진짜 모습을 놓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고종을 통해서 세상을, 대원군과 명성황후를 바라보고 있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외국의 문물을 우리에게 맞게 적용하려 했지만 끝없이 실패를 거듭하고, 군주로서 온갖 굴욕의 세월을 견뎌야 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힘이 없어 여러 나라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며 울분을 느끼기도 하고, 권력이란 것이 얼마나 달콤한 것이기에 천륜을 저버리는 것인지 이해는 되지 않지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크기가 다를 뿐이지 욕심이 왜 없겠나 싶으면서도 그저 허망스럽기만 하다. 한 권의 책으로 고종의 인간적인 면모를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시대적 상황을 담고 있는 소중한 사진들로 인해 좀더 생생하게 역사의 한 컷을 접 할 수 있었다. 고종에 대한 추도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