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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치는 프린세스 ㅣ 해를 담은 책그릇 2
섀넌 헤일 지음, 공경희 옮김, 이혜진 삽화 / 책그릇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섀넌 헤일의 ’거위 치는 프린세스’는 그림 형제의 ’거위 치는 소녀’를 좀더 감각적으로 풀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처음엔 이미 알던 내용이라 다소 지루하게도 느껴져서 조금만 보다 자야지 하고 읽기 시작한 책은 새벽 2시를 넘겨서까지 보게 되었다. 재미있게 시작하다 허무하게 끝나 버리면 무척 맥이 빠지는데 이 책은 마지막으로 갈수록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공주와 왕자가 만나는 행복하게 살았다는 평범한 공주님 시리즈에 식상했다면 섀넌 해일의 프린세스 아카데미 속 공주들의 씩씩한 모습을 만나길 바란다.
여자, 남자를 구분하고 싶지는 않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항상 멋진 남자 주인공 옆에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 위험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지키는 모습이 아니라 위험을 불러 일으키고, 보호해야 되는 대상으로 그려지는 것이 참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멋진 여자 주인공의 활약을 만나면 괜시리 기분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씩씩한 그녀들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의 보살핌을 받기만 원하는 연약한 여성성은 이제 벗어 버리는 것이 어떨까..
처음엔 프린세스 아니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약하고, 소심한 모습에서 여왕의 면모는 찾을 수 없고 그저 정해진 운명을 따라 가는 모습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녀인 셀리아의 계락으로 신분이 뒤바뀌는 위기에 처하면서 아니는 점차 변화한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자신의 위치를 찾아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좌충우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녀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신분의 벽이 없이 모두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것 보다는 조금 힘들어도 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미래를 열어가는 사람들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흥미진진한 모험,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고, 바람을 다스리는 능력 등 판타지 요소들이 가미되어 더욱 재미있는 프린세스 시리즈가 되었다.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서 나의 재능은 무엇일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른 시리즈도 무척이나 기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