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꽃 한 송이 심고 - 온몸으로 쓰고 그린 40년의 일기
이한순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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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경에서도 더 배우기 위해 애쓰는 꿈 많은 22살의 아가씨가 양 손과 한쪽 다리를 잃는 사고를 겪는다.  죄송스럽게도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손에 조그마한 가시 하나만 박혀도, 얼굴에 뽀루지 하나로도 아프다고 쩔쩔매는 내 자신이 왠지 부끄럽게 느껴진다. 마치 몸이든, 마음이든 조금만 아파도 죽을 것처럼 아파하고, 나 혼자서 겪는 일인양 티를 내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순간 절망하면서도 또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어떻게 아이를 키웠을지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다.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클수록 손이 많이 가고,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 나도 모르는 사이 힘들다란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할머니는 불편한 몸으로도 자신의 딸 뿐만 아니라 조카 딸도 여럿을 키웠다. 그 당시엔 종이 기저귀도 없어서 천 기저귀를 썼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외에도 야채도 손수 길러 드시고, 옷도 만들어 입으시고... 직접 쓰신 일기의 글씨와 그림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쩜 그렇게 예쁘게도 잘 하실까...

 

일기란 것이 개인의 기록이라고 생각했는데 할머니의 일기 속에는 시대의 흐름도 녹아 있다. 사회적인 면에도 관심이 많으셨던지 뉴스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함께 적어 놓으신 것을 읽으면 그 당시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된다. 나도 일기를 쓰고 있지만 늘 내 주변의 신변잡기적인 일만 적어 놓고 있다. 사실 단순히 감정 해소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일기를 읽다 보면 좌절하고, 절망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일기 한켠에 그려 놓은 그림 속에 화사한 꽃이 있다. 그것이 할머니의 희망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도 가슴 속에서 끝없이 꽃을 피워내고 계시다. 할머니의 일기엔 고난스런 행적만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주저 앉고 싶은 이에게 용기를 준다.

 

제일 어렵고 힘이 드는 것이 글쓰기라고 하시면서도 밥을 먹고, 세수 하는 일처럼 글쓰기도 하나의 생명으로 존재하고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하시는 할머니... 할머니에게 있어 일기란 살아가는 희망이자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그림같은 것이 아닐까....

 

나도 매일 육아 일기를 쓰고 있다. 책으로 나온 일기를 읽거나 사진을 보면 감회도 새롭고, 아이가 어떻게 커왔는지 알 수가 있다. 나중에 딸이 결혼할때나 아이를 낳았을때에 주고 싶다. 네가 얼마나 사랑받아 온 존재인지 알려 주고 싶기도 하고, 아이 키우는데 있어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할머니의 일기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희망이 되듯이 나의 일기도 내 딸에겐 감동과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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