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아상 엄마 - 딸이 읽고 엄마가 또 읽는 책
백은하 지음 / 동아일보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크루아상은 프랑스어로 초승달을 의미한다. 가볍고 속이 층상을 이룬 빵은 담백함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크루아상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초승달 엄마인 제목에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엄마를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보니 친정 엄마에 대한 마음이 더 각별해지지만 지척에 살면서도 늘 시댁에 밀리게 되니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다. 딸 하나를 키우면서도 쩔쩔매는데 그 많은 6남매를 어찌 키우신건지 놀랍기만 하다.

 

처음 책장을 넘기고는 깜짝 놀랐다. 꽃잎으로 그려진 그림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느낌이 날 수 있는지 감탄스러웠는데 저자가 다름 아닌 꽃잎그림 작가였다. 꽃잎으로 사람을 표현하는데 이번 책은 꽃잎 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것을 재료로 작품화 했다고 한다. 처음 접하는 예술 분야라 호기심과 설레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책 한장 한장 어머니의 사랑이 넘쳐 났고 남다른 꽃잎 작품들은 한번 더 바랍게 하는 묘한 여운이 있다.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4남매를 고생하며 키운 어머니가 어떻게 이런 감수성을 가지고 살아 가는지 놀라웠고, 이렇게 곱게 늙어갈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어머니를 가진 작가가 부러웠다. 언제나 그리운 친정 엄마이지만 그다지 살갑지는 않으시기 때문에 이렇게 알콩달콩 일상을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추천사 속 노희경 작가의 말을 떠올리면 친정 엄마가 살아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기에 철없는 투정이 쏙 들어간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도 괜시리 툴툴 거리고, 더 바라게 되고, '사랑한다'는 그 말도 자주 못하고 산다. 엄마가 되고 나서 그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으면서도 내리 사랑이라고 또 내 자식만 더 위하게 된다. 친정 아버지 돌아가시고 홀로 계신 엄마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데도 행동은 마음의 반도 못 따라가니 부끄럽기만 하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엄마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니까 내게 해주는 것이 당연한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맘 같지 않는 자식 때문에 속 끓이는 것을 보면 좋은 엄마 되기는 아직도 멀었나 보다.

 

고운 이 한 권의 책은 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찬가이다.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엄마이기에 젤 편하면서도 미안한 대상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선 매일 매일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당장 친정 엄마에게 달려가야겠다. 그리고 꼭 안으며 '사랑해요' 라고 말해야겠다. 무심히 스쳐 갔던 꽃, 일상의 재료들이 가진 아름다움에 새롭게 눈을 뜬듯한 기분이다. 책 속 꽃잎에 취하고, 어머니의 사랑에 취하고....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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