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곱게 수가 놓여진 꽃신은 왠지 잔칫날의 흥겨움을 연상시키지만 제목과는 달리 시대적인 아픔을 담고 있다. 그저 예쁜 동화책을 기대하고 읽던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짧지만 책 한권에 담긴 세가지 이야기는 상황도 다르고, 인물들도 다르지만 그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당찬 아이들의 모습이다. '꽃신'은 조광조의 역모 사건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지게 된 선예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도 혼자서 당차게 살아가는 달이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자신이 아끼는 비단신과 꽃으로 꾸민 짚신을 바꾸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아이들이 가진 순수함으로 신분 차이 없이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아름답게 비춰진다. '방물고리'는 아픈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덕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홍석에게 표현도 못하는 숙맥이다. 여자는 시집을 가야 하고, 제사를 모시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촌에게 재산을 가로채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주저앉기 보다는 팔도를 돌아다니는 보부상이 되기 위해 장돌뱅이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처럼 요란하게 '사랑한다' 말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다홍치마'는 글을 모르는 큰돌이가 귀양 온 정선비에게 글을 배우면서 자신이 이름이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면서 서서히 자아를 깨달아 간다. 선비와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과 서로에게 신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자식을 위하는 아비의 마음이 눈물겹도록 아프게 느껴진다. 이렇게 '꽃신'에는 아름다운 동화 세 편이 담겨 있다. 여운이 남는 결말이라서 그런지 다음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해진다. 선예는 어떻게 되었는지, 달님이와 홍석은 어떤 모습으로 마음을 나눌지, 큰돌이는 과연 선비의 마음을 딸에게 전달할 수 있었을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당찬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많아진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들어주는 아이와 엄마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뒤돌아 보게 된다. 오랜만에 요란하지 않고, 단아한 글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