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통 로봇이 나타났다.

난 밥 먹기 싫어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22
이민혜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6월

태어나서 5살이 된 지금까지 밥 먹기 싫다는 아이와 한수저로 더 먹이려고 애쓰는 엄마 사이에서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어요. 오늘 저녁만 해도 먹기 싫다고 해서 ’잘 먹어야 키도 크고, 알통도 나온다고... 다른 친구들 밥도 잘 먹고 쑥쑥 크는데 자꾸 이러면 어떻게 하느냐...’ 잔소리를 했죠. 밥 먹는 시간이 즐거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지만 먹기 싫다고 딴청을 부리거나, 입에 물고 있고, 돌아다니는 아이를 보면 느긋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것이 엄마의 솔직한 심정이에요. 

요즘 잘 보고 있는 것이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네버랜드 걸작 그림책 ’난 밥 먹기 싫어’란 책이예요. 상상력이 풍부한 내용도 재미있고, 아이의 심리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아요. 딸이랑 함께 보는데 자기랑 똑같은 모습의 아이가 나와서 그런지 즐거워 하더군요. 매일 밥 먹으라고 하는 엄마가 바로 그림 책 속 밥통 괴물처럼 보일테니까요. 글은 많지 않지만 그림을 보면서 아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자꾸만 다그치는 제 모습을 뒤돌아 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어요.

밥 먹기 싫다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아이의 표정, 어떻게든 먹여 보려는 엄마의 단호한 표정이 무척이나 대조적이죠? 그림 책 속 주인공이 바로 딸과 저 자신인 것처럼 느껴져서 한편으론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더군요. ’오죽하면 아이 눈에 엄마가 밥통 로봇으로 보일까? 얼마나 먹기 싫으면 저럴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먹기 싫다고 하면 억지로 먹이기 보다는 원할때까지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조금이라도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자꾸만 같은 상황이 반복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아이가 밥 먹는 것을 좀더 즐길 수 있도록 함께 요리를 하기도 하고, 밥을 왜 먹어야 하는지,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나 쥬스 같은 것만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 해보면서 아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줘야겠어요.  그림 책 속 밥통 로봇 엄마가 무척 인상적이었던지 한창 빠져 있던 플레이콘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해서 함께 만들어 보았어요. 생각과는 달리 만들기가 쉽지 않더군요. 조금 엉성한 모습이 되었지만 아이는 무척 즐거워 하더군요. 수저도 만들고, 젓가락도 만들고, 야채나 버섯 같은 것을 만들어 소꿉놀이를 해보았어요. 

플레이콘으로 이렇게 즐겁게 가지고 노는 것만큼 밥 먹는 시간도 즐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엄마가 좀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와 엄마 모두 공감할 수 있었던 최고의 책이네요. 그림도 무척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서 눈길을 끌어요. 생생한 야채들의 표정을 보며 절로 웃음이 나오고, 전쟁 같은 밥 먹는 시간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밥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 이 책을 통해서 즐거움을 맛보면서 그동안 느꼈던 스트레스도 풀고, 엄마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판단으로 잘 먹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림을 보며 찔리는 엄마들도 달라지도록 노력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