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데구루루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20
허은순 지음, 김유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동안 파란 유리 구슬 두 알을 들고 다니며 놀던 딸이라서 그런지 책을 보자마자 자기와 똑같은 구슬이라며 관심을 보인다. 아이들에게는 작은 것도 즐거운 놀잇감이 될 수 있고, 소중한 물건이 된다. 어른 눈엔 집착으로 보이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유 개념으로 인한 행동이기도 하고, 하나의 물건에 빠지면 완전 몰입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파란 구슬을 보고 있으니 어릴적 동네 아이들과 모여 구슬치기 하던 기억이 떠올라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구슬 하나로 그 느낌을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처음 그림을 보면서 든 생각은 '어쩜 이렇게 표정이 익살스러울까?' 하는 것이다. 머리를 삐쭉 묶은 하랑이의 그림에서 딸의 모습이 보이고, 개구장이로 돌아간 것 같은 아빠의 얼굴과 행동을 보며 같은 어른으로서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유쾌한 글과 그림 속에는 어릴적 추억이 담겨 있고, 잘 보이지 않는 장롱 밑, 서랍 속 앨범 속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기억을 끄집어 낸 것 같은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처음엔 아이와 놀아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어느새 자신이 더 구슬놀이에 빠져 버린 아빠의 모습이 더욱 재미있다. 우리 모두 돌아가고 싶은 유년에 대한 향수가 아닐까....

 

'구슬이 데구루루'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하랑이와 아빠의 행동과 구슬의 움직이는 모습은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도 그 흔적을 놓칠까봐 예의 주시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이기에 더욱 친근한 것인지도 모른다. 딸도 책이 재미있는지 책장을 한장씩 넘길때 마다 깔깔깔 웃음을 터뜨린다. 아이와 공감할 수 있는 이런 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 책을 다 보고 난 뒤에는 왠지 아쉬워서 아이와 구슬치기를 해보았다.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구슬치기였지만 그 어떤 놀이보다 즐거워 하는 딸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물감놀이를 좋아하는 하는 딸과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구슬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우선 구슬에 물감을 묻혀서 데구루루 굴리면 다양한 색깔의 그림이 만들어 진다. 여러가지 색들이 뒤죽박죽 섞여 버렸지만 구슬이 움직임을 따라가는 아이의 눈동자는 호기심이 가득 담겨 있다. 구슬 뿐만 아니라 장난감 자동차 바퀴도 빼서 물감을 뭍혀 데구루루 굴려 보았다. 바퀴가 지나간 곳마다 자국이 생기고 아이는 여러가지 길을 만들어 냈다.







좀더 재미있게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그란 뚜껑을 달아 주었다. 안에 담긴 구슬은 아이가 흔드는대로 이리저리 굴러 다니며 멋진 그림을 만들어 낸다. 동그란 도장도 찍어서 꾸며주니 정말로 근사한 우주선이 되었다. 딸에게 무엇을 닮았냐고 물어보니 '우주선'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유치원 가지 않는 주말은 무척 심심해 하는데 이렇게 구슬로 구슬치기도 하고, 물감 놀이도 하고, 우주선도 만들다 보니 재미있어 하며 하루를 보냈다. 유쾌한 그림책으로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이렇게 나이를 초월해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