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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방귀 ㅣ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30
이상교 지음, 나현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4월
평점 :
아이에게 전래를 많이 접해주지 못한 이유는 어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권선징악이 강하게 나타나 있고, 잔인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좀더 순화해서 이야기 해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요즘 유아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대폭 줄인 책을 읽어주자니 뭔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다 좀더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을만한 것이 뭘까 생각하다 찾게 된 것이 바로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중에서 '며느리 방귀'이다. '방귀', '똥' 이란 단어 만으로도 아이는 깔깔 웃음을 떠뜨린다. '뭐가 그렇게 좋아?' 묻지만 내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면 그때도 지금의 딸처럼 즐거워 하곤 했었다.

고운 느낌이 아니라 조금은 투박하게 느껴지는 그림이 참 단순하게 느껴진다. 빨간 치마를 입은 며느리의 모습을 보아도 화려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지극히 절제한 듯한 그림 속에 우리의 옛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문풍지가 달려 있는 문, 기와집, 가마, 상투 등에서 조상들의 살아온 발자취를 볼 수 있고,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삼년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참고 살아야 했던 며느리의 한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음껏 방귀를 뀌지 못하던 것은 '시'자가 붙어 있는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며느리의 방귀가 어느새 몹쓸 방귀가 되어 쫓겨날 상황에 처하지만 방귀도 잘 뀌면 쓸모가 있다는 것을 경험 하면서 이야기는 반전을 보여준다. 예전에 읽은 책에는 마지막에 집에 돌아온 며느리가 나라에 왜적이 쳐들어 오자 방귀로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맞나 모르겠다. 어찌됐든 '며느리 방귀' 에는 즐거움과 유쾌함이 담겨 있다. 금기시 되었던 것이 밖으로 폭발 되었을때의 짜릿함과 행복한 결말이라는 것이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해준다. '풍풍 방방 뿌르르릉 뿌릉 피식피식 피시식 삐이익' 며느리 방귀소리 시원하기도 하다.

책을 다 보고 난 뒤에 딸에게 '가마' 만들어 볼까?' 했더니 '가마가 뭐야?' 하고 묻는다. 실제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처음 듣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졌나 보다. 그래서 책에 가마를 타고 가는 며느리의 그림을 보여주니 그제야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 책 속엔 아이가 보지 못한 것들이 참 많다. 그걸 하나씩 설명해 주다 보니 이야기 할 거리가 많아진다.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 가게 되면 그때 책에 보았던 장면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줄 생각이다.
우유곽을 색종이로 예쁘게 포장하고, 과일 포장지를 이용해 가마를 꾸며 주었다. 가마에 탈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놓으니 인형을 태워 주겠다고 한다. 결국 가마 사이즈에 맞는 인형이 없어서 사람 블럭을 집어 넣었다. 그런 다음에 딸에게 뒤를 잡게 해서 함께 가마를 메고 가는 시늉을 하니 무척이나 재미있어 한다. 아빠 자동차를 타듯이 옛날 할머니들은 가마를 타고 다녔다는 것이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아이가 전통적인 것에 관심을 보이니 좀더 다양한 책을 접해 줄 생각이다. 모처럼 즐거운 옛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엄마가 어릴적 듣던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보고, 웃으면서 공감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