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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은 괴로워
제이미 리 커티스 글, 로라 코넬 그림, 강미라 옮김 / 애플비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35개월인 딸은 미운 4살이예요. 커가면서 자기 고집도 생기고, 독립심도 생기다 보니 아이와 트러블도 생기고 자꾸만 잔소리하게 되더군요. 잔소리 하는 엄마는 아이가 커갈수록 더해진다고 하던데 정말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아요. 한창 미운 짓을 할때라 어떤때는 하루에도 몇번씩 혼을 내기도 하는데 그러고 나면 속도 상하고 마음이 좋지 않더군요.
애플비의 '다섯살은 괴로워'에는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알아버린 5살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첫 장을 열자마다 시작되는 글귀에 웃음짓게 되더군요.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간거지, 잘가라 나의 한살, 두살....네살아..' 마냥 어리게 느껴지는 아이에게도 그 이전의 시간들이 있었고, 그 시간으로 인해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아무 것도 모르고, 별 다른 걱정이 없을 것 같은 5살에게도 많은 고민이 있어요. 자라는 몸만큼 마음이 성장하지 못하고, 늘 듣는 소리란 '안돼'. '하지마'란 소리죠. 자신이 듣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일들은 그런게 아닌데 말이예요. 아이가 제일 듣고 싶은 소리는 '실컷 놀아라'이고, 목욕도 하기 싫고, 얌전하게 행동하는 것도 싫은데.... 책을 보면서 아이가 바라는 것과 부모가 바라는 것이 참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문득 '우리 딸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아무리 어려도 자신의 생각이 있는 것인데 늘 조마한 마음이 먼저 앞서 아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여유있게 기다려주기 보다는 다그치게 되고,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엄마의 욕심을 채우진 않았나 뒤돌아 보게 되더군요. 늘어가는 잔소리 속에 그런 마음이 잔뜩 담겨 있었겠지요. '어떤 일을 잘 해내든 망치든 그건 중요치 않아. 난 이제 겨우 시작이니까.. 그리고 나만의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되었으니까..' 라는 책의 마지막 글귀를 떠올리며 이제 겨우 세상에 첫발을 디뎌 가는 아이가 마냥 위태하게 보여도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게끔 지켜 볼 줄도 알아야겠어요. 무조건 손 내밀어 도와주는 것이 최선은 아니니까요.
딸이 다섯살이 되면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그때 아이가 이 책을 보면서 '내 생각이랑 똑같잖아.' 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것이야 말로 밉게 행동하는 그 나이를 수월하게 넘어가게 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미운 네살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밉게 보는 엄마가 있는 것이겠죠. '딸아, 네게도 생각이 있고, 고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을 늘 잊지 않도록 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