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투덜 뚱뚱씨 세용그림동화 1
프랑수아 크자비에 네브 지음, 박기영 옮김 / 세용출판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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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씨는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요. 누구든 걸리기만 해봐라 하는 심정인데 때마침 자신의 담벼락에 오줌을 누고 있는 강아지를 보고는 힘껏 걷어차며 화풀이를 하죠. 우는 강아지 주인 아가씨, 듣기 싫은 호루라기를 부는 경찰관, 싸이렌 소리가 더욱 신경을 자극하여 극한 상황까지 몰아가고, 결국 공공의 적이 되어 군대까지 동원되죠. 하지만 뚱뚱씨를 제압하는 것은 군대도 아닌 강아지예요. 그리고 투덜투덜 뚱뚱씨를 상냥한 뚱뚱씨로 만드는 인물은 바로 강아지의 주인인 아가씨죠. 이 모든 것을 마무리 짓게 한 것은 사랑의 힘이 아닐까요?

 

강아지에게 물려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홀쭉해진 뚱뚱씨를 표현한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뻥~ 터지는 풍선처럼 감정이 분출되어 해소되는 부분이니까요. 또한 아가씨가 힘차게 불어주어 원래의 뚱뚱씨로 돌아오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니까요. 나도 바람 빠진 누군가를 힘차게 불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누가 나를 힘차게 불어 주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즐겁지만요.

 

상상력이 풍부한 글과 그림이 재미있어 웃으며 책장을 덮게 되지만 그 뒤엔 좀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누구나 종종 짜증스러운 기분을 느낄 때가 있고 그러면 엉뚱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 하는 경우가 있죠. 누굴 해꼬지 하려는 의도 보다는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클거예요. 어느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기분을 이해해 준다면 금방 사그라질 감정이지만 겉모습만 보고 피해 버린다면 감정은 더욱 악화되지 않을까요. 자기 자신이 제일 상처를 받으면서 말이예요.

 

투덜투덜 뚱뚱씨의 모습은 마치 거울에 비친 내 모습 같아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이 드니까요. '나 좀 봐줘. 나 지금 화났단 말야. 조금만 위로해 주면 안돼?' 그런 생각이면서도 정작 마음을 감춘채 투덜대며 화를 내곤 하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인지도 몰라요.

 

화나는 감정, 짜증나는 감정도 인정해주는 마음이 필요한거 같아요. 무조건 그건 나쁜 마음이야라고 치부해 버리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고, 자신을 좀더 소중하게 다루지 못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상대가 화를 낸다고 나도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참 어리석은거 같아요. 아이에게도 그것을 알려주고 싶네요. 내게 나쁘게 하니까 나도 받은 만큼 돌려줘야지 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요.

 

투덜대고, 못되게 구는 사람에게 그건 나쁜 행동이라는 조언하며 가르치려 하기 보다는 그걸 감싸주는 사랑과 이해가 아닐까 싶어요. 투덜투덜 뚱뚱씨가 날씬한 모습으로 돌아왔어도 뚱뚱씨를 사랑한 아가씨는 예전의 뚱뚱씨로 돌려 놓아요. 그건 그 사람 자체를 인정한다는 것이 아닐까요. 피오나 공주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 수 있는 선택의 순간이 와도 원래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슈렉이 있기에 못생긴 모습을 고수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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