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바둑무늬 테이블보와 빨간색 때문인지 딸은 보자마자 '와~사과다'라면서 환호성을 치더군요. 테이블에 가득 채우고 있는 빨간 열매가 커다란 사과로 보였나봐요. "음~ 이건 체리야. 누가 체리를 먹을까?' 라고 물으니 '영제가...' 라면서 자기 이름을 대길래 까마귀 두마리하고, 아저씨가 체리를 먹으려고 하고 있었는데 우리 영제가 얼른 먹어 버렸구나' 하고는 책장을 펼쳐 보았죠.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제목으로 인해서 호기심이 발동되서 빨리 책을 읽고 싶게 만들어요.
정원사 쟝 아저씨가 체리 나무를 심고는 정성을 다해서 돌봐요. 그래서 이렇게 사과처럼 커다랗게 보이는 체리로 키울 수 있었나 봐요. 그런데 그렇게 정성을 다해 키운 체리를 먹고 싶어하는 까마귀가 등장했네요. 우리의 장 아저씨와 까마귀의 불꽃 튀는 전쟁은 결국 장 아저씨의 승리로 끝나고 이제 드디어 맛있는 체리를 먹으려고 하는데 그때 예기치 못한 반전을 맞게 되죠. 역시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누가 체리를 먹을까?'는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는 알 수가 없어요.^^ 그것이 이 책의 묘미 중의 하나죠.
요즘 들어 부쩍 욕심을 많이 부리는 딸에게 나눠주는 것에 대해 알게 해주기에 좋은 책이었어요. 혼자 놀면 재미없고, 혼자 먹으면 맛이 없고, 함께 나누고, '고맙다'고 인사해야 좋은거라고 이야기해 주었죠. 그렇게 혼자 욕심 부리고 하면 친구들도 싫어하고, 쟝 아저씨처럼 맛있는 것도 잃게 된다고 하니 놀라더군요. 책으로 인해서 생각까지 예뻐지는 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예요.^^
화려한 색감 때문인지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이예요. 빨간 체리, 까만 까마귀, 장 아저씨의 노란 모자와 요란한 빨간 바둑무늬 테이블보가 눈길을 끌어요. 간결한 그림과 강한 색들의 조화가 돋보이죠. 글이 없어도 그림만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마지막까지 아이가 상상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주어서 아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예요.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주인공이 바나나를 엄청 크게 키웠는데 자신이 먹고도 많이 남자 마을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며 '오늘은 바나나의 날이예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생각났는지 '오늘은 체리의 날이예요.'라고 하더군요. 정말 딸이 말한대로 쟝 아저씨가 '오늘은 체리의 날이예요.'라고 말했으면 모두 함께 커다랗고 달콤한 체리를 맛볼 수 있었을텐데 참 아쉬워요. 하지만 쟝 아저씨는 이제 깨달았을거예요. 나무를 키우는 정원사니까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 나무에 대해서도 잘 알잖아요. 나무를 닮아가는 쟝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싶네요.
그나저나 과연 체리는 누가 먹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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