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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ㅣ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16
이수연 글.그림 / 리잼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책 같다. 부드럽지만 무채색의 수채화로 채워진 그림들이 사람들의 외롭고 허전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듯 해서 아이보다는 내가 더 관심을 갖았다.
주인공 곰 아저씨는 가구를 판다. 눈치가 빠르지도 않고 행동도 느리지만 늘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 사람이 필요한 가구를 만들어 준다.
골동품이 가득한 멧돼지 아주머니는 새로 산 그릇을 진열한 장식장을 주문하고, 꽉 찬 방에 겨우겨우 장식장을 놓지만 멧돼지 아주머니는 왠지 만족하지 못한다. 글이 안써진다며 더 큰 책상을 주문한 소설가 펭귄 아저씨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맛있는 저녁 식사 준비하는 것도 잊고 하루 종일 소설을 쓴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캥거루 아저씨는 낡은 의자 대신 편안하게 앉아 연주할 수 있는 소파를 주문하지만 연주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 신이 나지 않는다.
커다란 집에 혼자 사는 사자 할아버지는 젊을때 입었던 양복들을 보관할 옷장을 주문하고, 곰 아저씨에게 지나온 일들을 이야기하며 가족 사진을 바라본다.
곰 아저씨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바빠지고 할 일도 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수 사원으로 뽑혀 상도 받았지만, 마음이 허전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살면서 갖고 싶은 것들이 생긴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필요해서 인지, 내 부족함이나 외로움을 채우고자 갖으려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혹 채워진다면 갖아도 되겠지만 대부분 그런걸로는 내 마음을 채우긴 어렵다.
채우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이 아이보다는 내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