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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여우 ㅣ 돋을볕 문고 1
김형진 지음, 이갑규 그림 / 지구의아침 / 2022년 1월
평점 :
예전에 한 다큐에 스파이동물들에 관해 나오는걸 본적이 있다. 각각의 동물들과 비슷한 모습을 한 로봇들이었는데 동물들의 경계심을 풀게하고 그 무리 속으로 들어가 세세하게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생김은 비슷하나 아직은 무리속으로 들어가는건 힘들었고 다만 아주 근접하게 관찰하는데 유용했었다.
다큐를 본 기억에 '스파이 여우' 이 책도 관찰이야기인가 싶어 읽었는데 예상밖의 이야기여서 읽는내내 흥미로웠다.
숲 속에 길을 잃고 혼자 울고 있는 아기여우를 엄마여우 리사와 아빠여우 싸알립이 데려다 자기 새끼들과 같이 키우게 된다. 투명한 눈동자로 또렷이 쳐다보는 눈빛이 예뻐 '맑은눈' 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병에 걸린듯한 이 아기여우를 여우부부는 가족으로 받아들여 돌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실 이 아기여우는 과학자들이 외모, 울음소리, 냄새까지 완벽하게 만들어낸 인공 지능 로봇 여우로 꼬리를 흔들고, 입을 벌리고, 자세를 낮추고, 뒹글고 일어서는 열 가지 동작을 스스로 해 내는 로봇이다. 그래서 이 아기 여우로봇을 관찰하는 김 박사와 이 감독이 관측소에서 필요한 동작을 그때그때 리모컨으로 작동시켜 관찰중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여우들의 생각과 모습을, 관측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모습. 같은 상황을 이렇게 번갈아며 보여준다. 닭장의 닭을 잡아가고, 무덤을 파헤쳐 훼손시키고, 사냥개를 함정에 빠트려 죽게 만드는 여우를 사람들은 교활하고 영악한 요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굶주린 가족을 위해 인간의 마을에 갔다가 죽음을 당한 아빠여우, 산불에 스파이 여우를 구하다 죽은 엄마 여우의 모습에 이런 일들은 인간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나도 다른 아이를 내 아이같이 키울 수 있을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기에 여우 가족의 사랑이 주는 감동이 컸다. 가족을 사랑하는 우리 아이도 이 책에서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