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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서울대 교수 조국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공부만을 위한 모티베이션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안에 조국 교수님의 일생 뿐만아니라 그 동안의 대한민국 정치, 민주주의 및 시대상 들이 스며들어 있다. 서른이 넘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나로서는 매우 유용하였고, 물론 정치 입문서라고 까지는 평가할 수 없지만 그나마 자주 쓰이는 정치단어들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개념을 잡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고등학생들 중에서도 법을 포함한 인문 계통 및 정치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반드시 사 읽으라는것은 아니다.
===대단히 인상적인 내용을 인용합니다==
청소년 시기 몰입의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열정을 뜻하는 'Enthusiasm'은 들어온다는 뜻의 'En'과 신이라는 뜻의 'Thoe'가 합쳐진 단어다. 신이 들어온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신드릴 정도의 경지에 빠진다는 뜻이다. 몰입과 열정은 이처럼 한 쌍의 수레바퀴다. 이 수레바퀴를 제대로 굴리려면 재미라는 동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몰입의 성취도는 한번 맛들이면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그 성취감으로 다시 몰입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p.54
그런데 이러한 스펙 경재으로 진정한 힐리이 될까? -중략- 그리하여 승자도 패자도 불안한 사회, 이게 바로 '스펙 사회'의 본질이다. 쇼펜하우어Schopenhauer의 말은 마치 지금의 한국 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꼬집는 듯하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가장 먼저 남들의 눈치를 본다. 인생사에서 대부분의 고민은 남들이 하는 말과 행동 때문에 생긴다. 왜 우리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을 쓰는 걸까? 아마도 민감하고 쉽게 다치는 자존심이라는 연약한 감정과 내면에 깊숙이 숨어 있는 불안 때문이리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취하는 태도가 냉소다. 멀리 떨어져 차갑게 바라보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이는 자존감이 약하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이렇게 해도 된다'는 것의 허락을 받기 전에는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 속에서 자라난다. 그라나 자존감은 남이 아닌, 스스로가 허락하는 사랑의 시작이다. -p.58
흔들리는 청춘들과 함께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조언을 나누고 싶다.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오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
진정한 '나'를 찾은 사람이 주체적 개인이 된다. 자신의 분야에 진정성을 가지고 꿈을 키워가는 열정은 우열을 나눌 수 없다. 주체적인 개인은 서로를 존중하며 연대한다. 주체적 개인의 연대는 진정한 '나'와 '나'의 어울림이다. 갖가지 색깔을 가진 개인이 어우러지는 무지개 같은 연대는 개인을 더욱 창조적으로 만들고 사회를 더욱 풍성하고도 다양하게 만든다. -p.63
교수가 된 이후 논문을 준비할 때도 아무 주제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선택해 쓰지 않는다. 장기간에 걸쳐 연구할 때형 과제를 선정하고 이 과제의 구성부분이 될 논문을 꾸준히 써나가는 한편, 단기간에 이론적 대응이 필요한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고 글을 발표한다. 이러한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논문이 완성돼 차곡차곡 쌓이게 되는데, 일단락 지어졌다고 판단하면 주제별로 재구성해 단행본을 출간한다.
세상을 잘 살려면 자신의 능력, 소질, 환경 등에도 잘 맞고, 의미와 재미도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일을 발견했다면 그 이후의 승부는 일상의 삶에서 결정이 난다. 하루하루의 일상이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p.78
요컨데, 노력하는 둔재는 게으른 수재를 이길 수 있다. '우공이산 愚公移山'이고 '우보만리 牛步萬里'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공부하는 인간으로 살아야 삶에 뿌리내릴 수 있고 더 나아가 행복해질 수 있다. 공부를 즐기는 인간이 된다는 것, 그것은 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공부의 출발은 호기심이며, 공부의 성공 조건은 노력이다. -p.79
버클리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아싿. 로스쿨 강의나 세미나에서 배운 것들이 정말 많다. 공부 도중에 알게 된 인상 깊었던 미국 판결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뉴욕 시장을 세 번이나 연임했던 이태리계 정치인 피오렐로 라과디아Fiorello La Guardia는 1930년대 초 대공항 시기에 뉴욕 시 치안판사로 재판을 하게 됐다. 그는 배가 고파 빵을 훔친 노인 사건을 맡아 노인에게 10달러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배고픈 사람이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나는 그동안 너무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이 도시 시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 자신에게 벌금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하며, 방청객 모두에게 각각 50센트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p.133
이러한 내용들에서 확인되듯이 법 공부를 잘하려면, 제일 먼저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을 정립해야 한다. 법학은 '가치치향적 학문'이지 '가치중립적 학문'이 아니다. 어떠한 가치를 중심에 놓을 것인가를 스스로 분명히 하고, 다른 가치와의 소통과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법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철학, 정치학, 사회학 등 다른 학문을 알아야 한다. 법학은 독자적인 학문체계와 논리를 갖고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다른 학문의 시각과 성과를 흡수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법학은 편벽하고 건조한 개념과 논리의 묶음에 머물고 말 것이다. -p.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