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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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서평의 제목을 "82년생 김지영과 ㅇㅇㅇ"이라고 쓰고 싶었다. 여기서 ㅇㅇㅇ은 82년생 남자 중 가장 많은 이름을 넣고 싶었으나 레퍼런스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감히, 남자도 혹시 비슷한 불평등을 격고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들어서였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실 이해가 된다라는 문장도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실제 나는 82년생 남자이고, 아내는 84년생이다. 심지어 아내는 나와의 결혼때문에 교수직을 포기한 안과 전문의다. 이러한 현실에 무척 공감하고 아내와 이 시대 여성들과 같이 슬퍼하고 힘들어하다 해결책을 생각하면 더욱 울컥해 지는게 더 비참한 현실임을 고통스럽게 느낀다. 이러한 현실은 성별이라는 "체제"와 남성이라는 무리의 개인들이 집단이기주의와 정의롭지 못함에 비롯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결국 "용기"의 부재가 이러한 현실의 연속성에 가속도를 더하게 되는 결과의 원인이라 생각한다.

 나도 15개월 딸이 있다. 나는 일반적인 직장생활과는 다르게 당직을 포함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래서 육아와 가사에 아주 적극적이다. 여유롭다는 의미는 남들 일할 때 쉴 수있고, 남들 쉴 때 일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상대적인 여유이다. 가령 정상근무 시간대의 일과 야간근무 때 일의 강도는 다르지 않겠는가? 물론 생체리듬에 불리함을 판단의 기준으로 추가한다면, 나같은 직종의 사람이 스스로 삶의 질을 점수화 한다면 마냥 좋다고 평가하진 못할 것이다. 사족은 이만하고,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이란 표현도 다시 문제스럽다. 이건 전적으로 나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그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겠다는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사회학적 차이를 인정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육체적인 노동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이는 모든 일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일이지 누군가 속한 체제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임신, 출산, 모유수유, 성행위 역할 을 제외한 나머지는 성불평등 없이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이 책에서 언급된 많은 문제 중 결혼생활에 관한 부분은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사회에서의 성역할론은 그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은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행위로써의 문제보다 사고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고와 관념의 변화는 결국 교육, 캠패인 등의 광범위하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서는 바뀔 수 없다. 이런 큰 변화의 중심은, 물론 강한 리더쉽을 겸비한 사회적위치의 누군가가 있어야 겠지만, 개인 한명한명이어야만 할 것이다. 개인의 사고와 관념을 변화하기란 결국 스스로의 의지가 없이는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남자들은 용맹하다고 생각한다. 몸으로 뭔가를 할때? 대부분의 일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우리 사회구성원들 모두 반성해야한다. 용감하지 않은 남성들과 희생을 대물림하는 여성들 스스로를 포함해서 말이다. 우리 모두 용기를 발휘할 때이다.

 

------메모------

 내가 평범한 40대 남자였다면 끝내 알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 동기이자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욕심도 많던 안과 전문의 아내가 교수를 포기하고, 페이닥터가 되었다가, 결국 일을 그만두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특히 아이가 있는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출산과 육아의 주체가 아닌 남자들은 나 같은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없는 한 모르는게 당연하다.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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