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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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할 구절이 많지 않아서 별을 4개만 준다.

 

중략- 세상사는 그녀의 피부에서만 머물렀을 뿐, 그녀의 내면은 모든 고뇌로부터 해방되어 있었다. 아마란따는 새로운 빛 아래서 기억들을 정화시키고 우주를 재창조하는 게 가능하고, 해질녘이면 삐에뜨로 끄레스삐에게서 풍기던 라벤더 향기를 회상하면서도 몸서리를 치지 않는 게 가능하고, 사랑과 증오가 아니라 고독에 대한 심오한 이해심을 통해 레베까를 고통의 수러에서 구해 주는 게 아직 가능했을 때인 수년 전에 그런 진리를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어느 날 밤, 메메가 그녀에게 했던 말에 증오가 담겨 있었다는 걸 느꼈음에도 그 증오가 그녀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젊은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너무나도 청순한 듯이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증오로 인해 훼손되어 있는 또다른 젊음 속에 그녀의 젊은 시절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당시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너무나도 깊이 수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것이 확실했어도, 마음이 전혀 동요되지 않았었다. -중략

- 페이지 144, 백년의 고독 2

 

중략- 인생의 성숙기를 맞았던 그녀는 가난이 사랑의 하인이라는 젊은이들 사이의 미신을 다시금 믿게 되었다. 그 무렵 두 사람은 예전의 그 부별없는 요란법석한 파티들과 번쩍번쩍한 부와 그칠 줄 모르던 간통이 장애물이었음을 깨달았고, 함께 고독을 나눌 그 낙원을 발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생을 소비했는가를 생각하며 아쉬워하곤 했다. 생산성 없는 공범 의식으로 이루어졌던 오랜 세월을 보낸 끝에 정신없이 사랑에 빠진 그들은, 식탁에서건 침대에서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기적을 즐기면서 진한 행복감에 도취되기에 이르렀고, 쇠진한 늙은이가 되었을 때도 계속해서 토끼새끼처럼 깡총깡총 뛰거나 개처럼 서로 아옹다옹하곤 했다.

- 페이지 198-199, 백년의 고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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