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는 나의 아내가 되었고 '아인'이의 엄가가 된, 나의 '소은'이에게 연애시절 초기에 했던 선물들이 기억난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그 선물들 하나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 간절한 마음과 헌신적인 고심을 다했었다. 그녀와의 세번째 만남에 겨울철이라도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하는 직업적인 의무감에 거칠었던 손을 생각하며 벚꽃향의 핸드크림을 건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매일 일에 파뭍혀 일상의 여유나 주변의 다반사에 대해서는 신경이 무뎌져 있었던 그녀에게, 직업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본성의 마음에 귀기울여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야 내가 기획한 낭만적인 이벤트나 감정에 호소하는 나의 멘트들에 취할 기회가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나는 서점에 서서 여러 책들을 집어들었고, 그 중 가볍게 읽어본 내용과 목차만을 접했을 뿐이었지만 순간적으로 감탄했던 느낌으로 이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아내를 위한 선물로써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일년반뒤 우리는 결혼했고, 한달전 딸아이를 출산했으며, 며칠전까지 나는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었다.

 그리고 어제 이 책을 우연히 서재에서 발견하였고, 오늘 이렇게 서평을 쓴다. 지금은 저녁시간을 기다리는 늦은 오후, 오전에 신영복 교수님의 별세 소식을 들어서 슬펐는데 이렇게 장영희 교수님의 애잔한 글을 읽고나니 더욱더 눈물이 핑 돈다. 신생아 '아인'이가 너무 보채서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는 것도 눈물이 나는데, 머피의 법칙인양 눈물을 필요로하는 scene들이 여럿이 몰려드는 토요일 오후다. 여러 고전들과 여러 인문학 서적들을 읽으면서 나는 인생의 모토 또는 궁극의 목적을 만들 수 있었다. 20대 초반의 나는 항상 '현재에 충실하자'라는 말을 술집에서 외치곤 했는데, 이제는 '사랑하는법을 죽을 때까지 알아가자'고 맹정신에 말하고 있다. 이런 숙명의 다짐을 만들었던 생각의 시발점의 trigger는 '죄와벌'이었다. 물론 그 시기에 읽었던 책의 제목만을 거론한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 열거하기 구차하다. 여하튼 중요한건 문학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고, 문학은 용기를 주고, 사랑을 깨우치개 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고 요약하는 장영희 교수님의 생각에 동의한다.

 지금의 나에게 문학은, 육아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은 두려움으로 가득차서 여유로움이라고는 단 1g도 없는 나의 마음에  단 하나의 산소분자 처럼 절실하고 절대적이다. 우리는 인내를 멈추어선 안된다.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가리다.

 장영희 교수님과 신영복 교수님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메모- (가장 가슴이 반응하고, 내 몸의 세포들을 살아넘치게 만들었던 시, 그 내용마다 생각나는 얼굴이 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옹-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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