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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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세련된 고전을 만났다. 이 한 문장으로 모든 감흥을 집약할 수 있었다.

 워낙 여러 장르의 글에서 소개가 돼는 이 책 '마담 보바리'는 너무 유명하고, 호기심에 가득차있었던 나에게 절제심을 훈련하는 동시에 그 기다림 속에서 변태같은 희열을 간직하고자 뒤늦게 폈던 것이다. 작품해설 부터 시작했다. 여기서 특이하게도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된다. 해설자가 말하기로는 전체의 내용을 형식의 틀로써 구현해내는 것을 일컬었다. 단순히 단어의 조합으로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들의 조합으로 문단과 글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하나와 문장과 문장간의 조합을 연결하는 방식이 '연결고리'가 되어 결국 형식이 내용을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고 글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바는 결국 세련된 형식, 구상, 전개를 '스타일'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과연 이 추측이 맞길 바라면서, 누군가 틀렸다고 말해주거나 그런 글을 읽기전까지는 나는 이 추측이 맞다고 생각하겠다.

 최근 소설들 중에도 읽다보면 이건 곧 헐리웃에서 영화로 재출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작품도 그러한 생각이 드는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여러 고전들 중에도 몇몇은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느낌의 이유로 가장 큰 것은 바로 '스타일' 때문이라 생각한다. 미묘한 복선과 그 소제들의 체택, 그 소제들로의 표현과 그 표현에 가장 알맞은 단어와 문장들...읽으면서 몇몇 그런 소절들에 감탄하며 희열을 느꼈는데, 독서의 재미란 이런 것이다.

 내용은 '보바리즘'에 잘 요약되어있고, 우리는 이러한 사조에 깊은 깨닳음을 가지고 현실을 살아야겠다. 특히 퇴폐와 타락의 기조위에 견고하고 건강한 사춘기 또는 결혼적령기를 만든다는 것이, 똥물을 뒤집어쓴 이후에야 진정 깨끗함에 대해서 깨우친다는 '채근담'의 한 구절처럼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있어야 마땅하다면, 우리에겐 이 고전이 제격이다.

 그리고 독특한 경험을 하나 했다. 이 책의 표지에는 마담 보바리로 추정되는 여인의 모습이 있다. 이 책의 1,2,3부에 걸쳐 그 얼굴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오감들의 합이 각각 다른 형상으로 구체화 되었고, 그 추함의 끝과 나락같은 두려움은 나를 소름돋게 만들었던 것이다.

 요즘의 강박스럽게 SNS에 집착하는 중심잃은 영혼들은 이 책을 한번 진지하게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특히 감성에 젖어 연애의 이상향에 허우적거리는 또는 그러고 싶은 여성들에게 남성의 사악함을 깨우치는 책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나는 남자다.

 

-메모-

 -중략- 그녀는 그걸 믿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더욱더 많은 애정을 쏟았다. 그러자 로돌프 쪽에서는 점차 무관심을 감추려 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몸을 맡겨버린 것을 후회하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그를 더욱 사랑하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자기가 약하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굴욕감은 원한으로 변해 갔지만 육체의 쾌락이 그것을 무마해 주었다. 그것은 애착이 아니라 끊임없는 유혹과도 같은 것이었다. 로돌프가 그녀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녀는 그 점에 대해서 공포를 느낄 지경이었다.

 그러면서도 로돌프가 자기 기분대로 간통을 유도하고 있었으므로 표면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평온했다. -중략-

-247페이지

 

 <나는 결코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것만은 믿어주세요. 앞으로도 당신에게 바치는 깊은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만간 언젠가는 이 격렬한 감정도 (그것이 인생의 저해진 이치입니다!) 아마 엷어지고 말겠지요! 우리들에게게도 권태가 찾아오겠지요. 그리고 내가 회한에 사로잡힌 당신을 지켜보고 그 회한을 자아낸 당사자로서 나 또한 그 회한을 나누어가지는 참담한 고통을 맛보지 않는다고는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슬픔을 맛본다는 생각만으로도 내 가슴은 찢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엠마! 나를 잊어주세요! 애째서 나는 당신을 알지않으면 안 되었던 것일까요? 왜 당신은 그다지도 아름다웠던 것인가요? 내가 나쁜 걸까요? 오, 하느님! 아니지요, 오로지 운명만을 탓해 주십시오!>

 이 문구는 언제나 효과가 있거든 하고 그는 생각했다.

-29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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