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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존재. 존재란 참을 수 없을 만틈 가벼운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유형물과 무형물의 존재란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것이다. 인간, 짐승, 관계, 이념과 사상을 포함한 이 세상 모든 것들의 존재란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것이다. 사랑과 현실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것, 참 가볍다.
나로하여금 작가는 이러한 사유의 흐름을 이끌어 주었다. 이 책의 제목은 그 자체로의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단어의 순서와 그 접목은 아주 특이하게 느껴졌다. 나에게 이러한 인상을 남겼던 이 책은, 사실 처음 접했을 때 무척이나 읽고싶은 마음이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느끼게 하였다. 이 책을 읽고나면 구역질 날 만큼 이 세상을 혐오스럽게 보거나 염세적인 생각에 젖어 몇일 몇주간 의식을 잃고 내 생활을 못하게 만들어 버릴것 같은 느낌, 이 느낌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세상을 좀더 순수하게 바라보고 우리의 인간관계를 좀더 본질적으로 느끼며 이해관계가 아닌 관계 그 자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글의 주인공은 바람둥이 의사이다. 헤프다. 그의 머릿결에서 나는 다른 여자의 성기 냄새라...구역질이 난다. 그걸 맡을 수밖에 없는 그의 아내라...질식해버릴것 같다.
카레닌이란 개가 한마리 나온다. 그 개는 사람과 순수한 관계를 가진다. 그 개를 대하는 남자와 여자는 모두 순수하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단어들로 구성된 사랑과 애증의 관계이다. 그 개의 죽음으로 인한 남자와 여자의 슬픔을 통해 독자들은 정작 왜 남자와 여자는 그런 순수한 관계를 가지지 못하는가 하는 분노의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나는 그랬다. 우리는 순수하게 인간관계, 사랑을 하고싶다. 근원적인 관계에 대한 집착과 애정은 이념과 사상을 초월하게되고 그것들을 한없이 초라하고 가볍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무거워야할 사랑...순수하게 하고싶다.
-메모-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짓을 저지르고 싶었다. 지나간 칠 년을 단번에 지워 버리고 싶었다. 그것은 현기증이었다. 머리를 어지럽히는, 극복할 수 없는 추락 욕구.
-134쪽
프란츠는 말했다. "인간의 계획에서 탄생해 너무 엄격하고 너무 손때가 탄 아름다움보다 뉴옥의 비의도적 아름다움은 훨씬 풍부하고 훨씬 다양할 거야. 하지만 더 이상 유럽식 아름다움이 아닌 것지. 우리에겐 낯선 세상이야."
뭐라고? 어쨌거나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할 구석은 있다는 것일까?
-171쪽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201쪽
...내 소설의 인물들은 실현되지 않은 나 자신의 가능성들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그들 모두를 사랑하며 동시에 그 모두가 한결같이 나를 두렵게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우회하기만 했던 경계선을 뛰어넘었다. 나는 바로 이 경계선(그 경계선ㅇ르 넘어가면 나의 자아가 끝난다.)에 매혹을 느낀다. 그리고 오로지 경계선 저편에서만 소설이 의문을 제기하는 신비가 시작된다. 소설은 작가의 고백이 아니라 함정으로 변한 이 세계에서 인간 삶을 찾아 탐사하는 것이다...
-355쪽
테레자의 꿈은 키치의 진정한 기능을 고발한다. 키치는 죽음을 은폐하는 병풍이다.
-4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