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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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소설 '파이브 데이즈'가 또 나왔다. 그것도 내가 7번째(?)로 읽고있는 이 작가의 소설인 '모멘트'를 접하는 동안에. 올해만 세번째 소설이다. 심하다 심해.

 

 투덜댐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이번 책은 최근들어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이다. 좀더 잘 짜여진 전개와 탄탄한 내용이 최근의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과는 차별화 되어지는 느낌이 든다.(나름 그렇게 평가한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면서 하나의 사건을 1인칭 주인공의 관점으로 서술하고 주인공이 노트를 읽는 방식으로 제3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사건을 서술하는 관점의 혼재 전개방식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어 정말 흥미롭고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주된 배경으로 분단된 독일의 과거와 현재의 분단된 우리조국의 사실이 객관적인 이해와 감성적인 이해를 동시에 부여하며 감성적인 동요를 강하게 자극한다. 그리고 감성에 젖은 심리상태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생관을 느끼면서 또한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다.

 

 저자로 부터 인생에 대한 나의 이해를 한줄로...

인생은 다가오는 순간과 지나간 순간과 그 속의 선택들의 집합체

 

 그래서 순간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선택의 순간에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인생관(목표)이 반영된 의지를 확실히 부여하여 하나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메모==

 "너는 항상 도피를 원하지. 하지만 네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건 너를 깊이 이해해주는 누군가와 교감하며 사는 것인지도 몰라. 하지만 넌 늘 네가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살아왔어. 가까워질 수 없는 여자와 결혼해 몇 년째 살고 있기도 하고, 네가 자주 여행을 떠나는 건 잔의 냉랭한 태도로부터 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도 몰라. 우습지 않아? 잔은 네가 늘 집을 비운다고 불평하지만 넌 사실 잔 때문에 멀리 떠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요즘 너희 부부를 보면 결국 언젠가 헤어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스탠이 주인공에게 한말-

 -중략-

 이제야 스탠의 말이 조금은 이해된다. 그가 건넨 말은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다. 그런 사랑이 찾아오면 주저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 p.39-40

 

 "자기와 인생을 보내고 싶어."

 "진심이야? 나 혼자서도 아이는 얼마든지 키울 수 있어."

 "세상 무엇보다 이 아이를 간절히 원해."

 그 말은 진실이었다. 계속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삶에 나도 지쳤다. 아버지가 될 기회를 잃어버리면 크게 후회할 것 같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똑똑하고, 긍정적이고, 능력 있는 여자가 나와 함께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 안정된 가정을 제공해주는 건 물론이려니와 내 방랑벽도 인정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여자는 살아오는 동안 지나치게 똑똑한 여자에게 겁을 집어먹는 남자를 많이 보아왔던 게 틀림없었다. 나는 겁먹지 않았고, 여자 역시 내가 겁먹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

 -중략-

게다가 잔과 나는 잘 맞았다. 책 이야기, 영화 이야기, 시사 문제 등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다. 취향도 비슷했다. 서로 상대보다 잘나 보이려 애쓰지도 않았다. 불필요한 역할은 서로 피했다.

 우리는 어느 모로 보나 서로에게 잘 어울리는 짝이었다.

- p.427-428 (소은이와 영모의 관계를 떠올리는 대목)

 

 토마스, 당신이 내 인생의 진정한 짝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당신 이전에도 이후에도 당신만큼 나를 사랑해줄 남자가 없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나는 끝내 당신을 선택하지 못한 거야. 당신과 함께한 순간, 아주 특별한 그 순간들을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내 가슴에만 묻은 채 무덤까지 가겨가겠지. 너무나도 슬프게도.

 우리가 순간을 붙잡지 못한다면 그 순간은 그저 '하나의 순간'에 불과할 뿐이야. 그런 인생은 단지 의미 없는 시간의 흐름일 뿐이라 생각해. 주어진 생명이 다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뿐인 순간들의 합.

- p.568

 

 어쨌든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는 늘 자신이 선택한 시나리오로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고, 앞으로 전진해야 하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길지 않은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뜻대로 완성해 가야 한다.

 완성.

 인생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아니면 그저 잃어버린 것과 우연히 마주치는 게 인생의 전부일까?

- p.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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