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소문을 지어내는 이유는 심심해서다. 월화의 하루하루가 그라하듯이. 심심해서 상상했고 지어낸 이야기를 퍼트렸고 그것을 거듭하다 보니 진심으로 월화를 싫어하게 되었다. 싫어하는 마음이 있으면 심심할 수가 없다. - P35
내가 전에도 진지하게 말했지. 너는 네 인생만 살면 돼. 남의 인생까지 네 방식에 끼워 넣으려고 하지 마. 남들 사는게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그건 지금 네 인생이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란 걸 아직도 몰라? - P173
제주도의 창세신화에는 대별왕과 소별왕이라는 쌍둥이 형제가 등장한다. 인간 세상을 누가 다스릴지를 두고 대별왕과 소별왕은 내기를 한다. 소별왕은 대별왕을 속여서 내기에 이긴다. 동생의 속임수를 알고도 속아준 선한 형은 저승의 주인이 되고 이기심과 욕심으로 형을 속인 악한 동생은 이승의 주인이 된다. 그러므로 저승은 선하고 거짓 없이 맑은 곳. 이승은 거짓과 욕심과 이기심으로 탁한 곳. 그 신화에서 목화는 죽은 사람에 대한 산 사람의 사랑을 느꼈다. 당신이 죽어서가는 그곳은 맑고 선한 곳이길 바라는 마음. 이곳에서 당신을 괴롭히던 경쟁과 이기심과 욕심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기원. 대별왕의 저승은 마치 우주 같았다. 우주에는 이치와 균형만이 있다. - P207
목화는 타인의 삶과 죽음에 판단을 멈추었다. 마음을 다해 명복과 축복을 전하는 일. 죽어가는 사람과 살아난 사람의 미래를 기원하는 일. 그것은 나무의 일이 아니었다. 사람으로서 목화가 하는 일이었다. 나무의 지시가 아니었다. 목화의 자발적인 마음이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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