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어떤 시대의 종말
앞으로의 세계사적 흐름을 크게 결정지을 코로나의 난리통에 벌어진 또 다른 ‘종말들
첫째, 1945년 이후 전후 수정자본주의가 낳은 ‘중산계급 사회는 신자유주의의 위기 속에서 파탄을 맞았다. 이 파탄이 가장 가시화된 곳은 바로 신자유주의를 세계적으로 선도해온 미국이다. 현재 최상위 1% 미국인의 세금 공제 이전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20% 정도 된다. 이 비율은 1960년대만 해도 10%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금과 같은 수치는 양극화가 극심했던 1910~1920년대의 수준으로 회귀한 것을 의미한다.
둘째, 전후의 ‘중산계급 사회‘와 함께 구미권의 세계적 헤게모니도 이제 드디어 본격적인 종말을 맞기 시작했다. ‘중산계급 사회‘는 1945년 이후에 생겨났지만, 구미권의 헤게모니는 18세기말, 노예무역과 노예노동 등을 통한 사탕수수 농장의 경영 등으로 축적된 자본을 원천 삼아 영국이 공업화를 처음으로 이루어낸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공업‘에 한정해서 살펴보아도, 세계 제조업 총생산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몫(약 52%)은 유럽 전체와 북미를 합친 구미권(40%)을 훨씬 능가한다. 현재 영국의 공업 생산량은 한국 제조업 생산량의 60% 정도밖에 안 된다. 아시아는 이제 18세기 중반 이래로 다시 한 번 세계 ‘생산의 중심이 됐다. 지금 미국과 같은 구미권의 대표 주자가 그나마 여전히 세계적 패권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는 금융과 군사, 본래부터 군사와 연결되어 성장한 일부 정보기술, 학술,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정도다. 그러나
학술 분야만 해도 이미 4년 전에 중국 학자들이 학술지몬문게재율이 20%, 미국 16%, 군사적 우위는 약 20~30년 내로 만료될 수 있다. 2040년~2050년대쯤 미국의 패권이 종언을 고할 것이다.
셋째, 아시아의 개발이 구미권의 독점권을 깸과 동시에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개발 자체가 반성의 도마 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