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담론의 가정과 달리 노동생산성이 개선되는 속도는 빨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다른 조건이 그대로였다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감소함에 따라 노동수요가 늘어났겠지만, 문제는 경제성장의 둔화라는 더 중대한 위기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데 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로버트 브레너는 최초로 이 현상을 분석하여 ‘장기 하강long downturn‘이라 명명했고, 주류 경제학자들은 뒤늦게 여기에 ‘장기 침체 secular stagnation‘, ‘일본화Japanification ‘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기 침체의 원인은 지난 수
십 년간 제조업 부문의 수요에 비해 생산설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생산능력 과잉 overcapacity 이 발생해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을 대신할 만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는 데 있다. 서비스 부문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생산성이 낮은 활동이 주를 이루는
만큼 제조업을 대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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