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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께스 미스터리
엘리아세르 깐시노 지음, 정창 옮김 / 시타델퍼블리싱(CITADEL PUBLISHING)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수유점에서 <벨라스께스 미스터리>를 구입하기까지... 나름대로 아픈 상처가 있지요.^^; 사실 제가 한 시간 삼십 분 정도 시간을 들여서 알라딘 수유점에 갔던 것은...<벨라스께스 미스터리>를 구입하기 위함이 아니었어요...!ㅋㅋㅋㅋ 노나미 아사 작가의 <죽어도 잊지 않아>를 사러 갔던 거랍니다.ㅠㅠ <죽어도 잊지 않아>는 제가 학교 도서관에 주문을 해서 좀 예전에 이미 읽었던 작품인데 독자의 심리를 장악하는 기세가 탁월하다는 후한 평가로 제 마음에 남아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새 책을 구입하기에는 정성스러운 재독을 할지 어떨지 알 수가 없어, 중고로 구입할 생각이었답니다. 검색해보니 서울에 있는 재고라고는 수유점에 있는 것이 전부인데, 상태가 ‘중’으로 표기되어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좀 불안불안 했는데...ㅋㅋㅋㅋㅋ 걱정이 되어 고객센터에 미리 상태 좀 세세하게 봐 달라고 문의까지 넣었습니다.ㅋㅋㅋㅋ 직원 분은 마음속으로 성가신 사람, 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았을까요?ㅠㅠ ㅋㅋ 책장이 변색 되었고 번지지는 않은 검은 얼룩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그 정도면 양호하다, 생각하고서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갔더니...ㅜㅜ
우선은 책이 펼쳐보니 비위가 상하더라고요. 변색은 참을 수 있었지만, 그, 뭔가 글로 남겨 놓기에 민망한(...) 코의 이물질이 묻어 있는 페이지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흡...ㅠㅠㅠ 그리고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어느 한 페이지가 두 동강으로 갈라질 것처럼 수평으로 좍! 펴지더라고요! 이음매 부분은 쫀쫀해야 안심이 되는데...! 아, 너무너무 속상했어요! 버스비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무엇보다 손에 넣고 싶었던 책이 제 것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힘겨웠던지...ㅋㅋㅋ 참 상실감이 큰 날이었죠. :) 기분이 완전히 잡쳐버려서, 내팽개치고 학교로 돌아와버릴까 생각하다가 발품이 아까워 다른 책이라도 아무거나 한 권 사가자 하고서 고른 책이 <벨라스께스 미스터리>랍니다.ㅋㅋㅋ 이거 고르는 데만도 두 시간은 걸렸을 거예요. ㅋㅋㅋ 기왕이면 중고서점에서만 구할 수 있는 절판도서를 사고 싶었기 때문에(그래야 그나마 의미가 생기니까...ㅎㅎ...) 일일이 품절, 절판 여부를 확인하면서 고르다가 발견한 책이 이것이었어요. ㅜㅜㅜㅜ ㅋㅋㅋ 나름 기분이 풀려서 사왔답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이 책의 표지인 그림 <궁녀들>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특히 개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 소년을 언제나 유심히 봐왔는데 이 소년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이라니!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해서 사왔지요.
소년의 이름을 처음 알았네요. 니꼴라스! 이름도 예뻐요. 고등학생 때 이 그림을 처음 봤는데 친구랑 얘 이쁘다, 하면서 작게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자애인 줄 알았는데 남자애라는 사실을 알고서 한 번 더 놀랐고요. 짓궂은 악동 소년일까? 하고 성격을 상상했었는데... (개를 밟고 있어서ㅋㅋㅋ) 이 책 속의 니꼴라스는 장난꾸러기 소년하고는 거리가 먼 성격 같아요. :) 오히려 신념이 있고, 예의가 바르고, 눈치있게 행동할 줄 알고, 배움과 성장을 중요시 여기는 어른스러운 소년으로 그려져 있더군요.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그것이 자신을 지켜줄 무기이자 방패가 되어줄 것임을 일찍이 알아차리는 니꼴라스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저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실제에서나 소설 속에서나, 저는 공부 잘하는 인물들은 굉장히 멋져 보이더라고요. 저는 범접할 수 없으므로ㅋㅋㅋ
게다가 니꼴라스가 단테의 문장을 좋아하는 것으로 서술되어 있었기 때문에, 괜히 더 반가웠네요. 저는 단테의 <신곡>을 읽어본 적 없지만,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 같지만,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오에 겐자부로 작가님이 단테와 깊은 연관이 있지요... 오에는 천재가 아닐까요... 저는 도무지 <신곡>같은, 대작으로 불리는만큼 난해하고 지루한 작품을 읽으면서는 영감을 얻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벨라스께스의 미스터리는 이 책에서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었어요. 어렴풋이 짐작, 아니 상상할 수 있겠다, 하는 정도...? 네르발의 정체는 아직도 의문입니다.ㅋㅋㅋ 제가 보건데 악마의 상징 같은 게 아닌가ㅋㅋㅋ 벨라스께스는 대작을 확약받는 대신에 그 악마(네르발)에게 영혼을 계약한 느낌으로 저는 해석했습니다. 제 멋대로 끼워맞춘 해석이기는 해요! 그림과 영원성에 대한 욕망과 집착 때문인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생각도 잠시 나더라고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참 재미나게 읽었었는데... 아무튼, 벨라스께스의 장례식 장면에서는 거장의 의도했던 계획이 어떤 방식이었는지 조금은 감을 잡고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역시 선명하지는 않고 어렴풋한 감각으로 밀려들었지만... 작품의 영속성에 대한 애원과 열망이라면 일개 소설가 지망생인 저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어요. 그래서 벨라스께스의 바람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는 있었습니다. 십자가는 봉인의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니꼴라스가 과거의 일을 회상하려 말문을 틀 때, 노인 정도는 되었는가 생각했더니 마지막 문장으로 확인하건데 그때의 일로부터 열일곱 살로 성장했을 뿐이더군요.ㅋㅋㅋ 그럼에도 몸과 마음이 아주 훌쩍 성숙했음을 보여준 니꼴라스... 책 뒤표지에 ‘한 소년의 가슴 아픈 성장 과정’이라는 줄거리 소개글을 읽고는 왜 가슴이 아프다는 걸까? 의아했었는데 책장을 완전히 덮은 지금, 니꼴라스의 삶에 대한 어떤 애환이 얇게, 얇게 가슴을 저미며 저에게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스페인 문학은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차가운 피부>예요. 외에도 더 읽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해외문학의 작가와 등장인물 이름을 보면서 국적을 일일이 알아차리거나 확인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마침 <차가운 피부>도 어제 중고매장에서 구입을 했는데요... 저는 삼각형을 참 좋아하기 때문에 삼각형 부분만이라도 가끔 가다 다시 읽고자ㅋㅋㅋ구입하게 되었습니다. :) <벨라스께스 미스터리>도 스페인 문학이네요! 기억해 놓도록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