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관내분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 마지막 로그 + 라디오 장례식 + 독립의 오단계
김초엽 외 지음 / 허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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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쉽사리 손을 뻗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특히 SF소설 내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과학 용어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수학이라는 과목은 원체 싫어했고, 과학에는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었으나 수학과 함께 이과 계열로 묶인다는 개념에 미묘하게 압박당하면서 마음의 거리상으로나 능력상으로나 멀어지게 되었다. 단편 <관내분실> 역시 과학적 용어가 당연하다는 듯이 등장하고 있다. 인덱스 내역, 마인드 업 로딩, 데이터 조각들....... 그러나 이러한 전문적인 용어의 등장에도 평상시와 같지 않게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있었는데 사건이 벌어지는 중심 장소가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도서관 내에 보관되어 있는 것은 책이 아니라 이미 죽은 사람들의 데이터로 이식된 영혼이지만. 4학년이 된 후부터 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스스로의 경험에 빗대어 읽으니 훨씬 친숙하고 재미있게 읽혔다.
분명히 정보가 도서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우리 학교 도서관 내에도 분실도서가 몇 권 기록되어 있다.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보이지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도서관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는 근로학생으로서, 책을 원하는 학생에게 반드시 그 책을 찾아서 대출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그 책이 영영 어딘가에 처박혀서 희석되어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찾아든다. 책의 분실이 주는 상실감이 이 정도인데, 하물며 돌아가신 어머니의 분실이라니, 딸의 마음이 얼마나 허탈할까.
하지만 딸 지민과 어머니 은하는 돈독한 모녀가 아니었다. 은하의 사랑은 지민에게 그저 집착이며 억지에 불과했다. 은하의 히스테리를 지민은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녀의 영향일까? 지민은 임신한 아이에게 도저히 모성애가 느껴지지 않아 혼란스럽기만 하다.
분실된 은하의 데이터를 되찾기 위하여 서투르게나마 은하의 생전의 자취를 더듬어가면서 지민은 비로소 천천히 은하를 이해하게 된다. 지민의 출산 이후 김은하는 사라졌다. 그저 한 남자의 아내, 아이들의 어머니일 뿐 이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종이책이 사라지듯이 책 표지를 디자인하곤 했던 은하는 사라져버렸다. 48페이지의 만약 그때, 엄마가 선택해야 했던 장소가 집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어떻게든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면. 표지 안쪽, 아니면 페이지의 가장 뒤쪽 작은 글씨, 그도 아니면 파일의 만든 사람 서명으로만 남는 형편없는 존재감으로라도. 자신을 고유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다면.’ 하고 지민이 생각하는 부분이 참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한때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증거를 남겨서 잊히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는 모성애라는 굴레가 씌워지면서 자아실현의 기회가 거세 되어버린다는 묵직한 깨달음이 새삼 가슴을 때린다.
중심 장소가 도서관이지만 책이 아닌 죽은 사람들의 영혼 데이터가 보관된 도서관이라는 설정도 좋았지만, 그러한 상상력 이전의 본래의 도서관의 용도를 상기 시키듯이 분실된 데이터인 은하의 직업이 종이책 관련, 표지를 디자인하는 것이었다는 설정 또한 아주 마음에 들었다. <관내분실>의 은하라는 캐릭터는 주인공 지민과의 관계를 통해 모성애라는 고정관념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문제의식도 제공하지만, 과학기술 발달로 인하여 모든 것이 전자화 되고 데이터화 된 세상에서 종이책처럼 잊혀져버린 애틋한 감성의 상징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학교 과제를 중심으로 작성한 리뷰라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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