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입학해서 원하던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면, 보다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쓸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네요~ 오히려 이전 대학교의 문예창작학과 학부생이었을 때 이래저래 전공 핑계 대가면서 마냥 소설책들을 읽곤 했던 것 같습니다. ㅎㅎ 첫 소논문은 더 화이트 포치라는 영미시와 리난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영미희곡 두 작품으로다가 동화 속 공주와 마녀의 관계성을 딸과 어머니로 재해석하기 위해 멜라니 클라인의 이론을 끌어와서 애써 논리적인 척을 하려고 발버둥을 친 페이퍼였습니다. ㅜㅜㅜ 처음이라는 것을 감안해주셨을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려요....^^,,,
대학원 생활도 영어공부도,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기회라는 것을 알면서도 3월 초부터 기분이 마냥 내려앉았는지... 그 와중에 책 같은 건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라며..^^; 한동안 독서를 미루고 미루었는데요~. 와중에 간신히 집어든 2019년도의 첫 서적이 바로!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님의 <좀비>였습니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글은 항상 저에게 미묘한 느낌이었어요~. 분명히 작품들이 매력적인데..., 서사의 힘이 강렬하고 캐릭터의 설계와 구조가 탄탄한 책임감 있는 글을 쓰는 작가임에 분명한데 왜 미묘하게 취향에 맞지 않을까, 늘 2%정도가 부족하게 다가오는 걸까?.. 특히 <이블 아이>라는 단편소설 모음집과 <나는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두번째 책은 제목도 별로 마음에 안 들고ㅜㅜ)라는 장편소설이 나쁘지는 않은데 썩 재밌지도 않아서 아쉬웠고, 이후 읽은 <멀베이니 가족>은 대가족 중 패트릭과 사랑스러운 매리앤이 마음에 들었다뿐 이야기가 길게 늘어지는 느낌이어서 부담스러웠으며... <대디러브>는 어둡고 충격적인 주제를 작가가 너무 충실하게 창작품에 담아 생산해준 나머지 무서울 지경이었습니다. ㅋㅋㅋ <좀비> 역시 설정이 설정이니만큼 <대디러브> 못지 않게 자극적인 글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와우! 그런데 저는 <좀비>는 더도덜도 말고 적당한 스릴과 충족감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던 듯해요. 즉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 중에서, 가장 제 마음에 든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라고 제가 8월 즈음에 작성했었군요!
지금은 벌써 11월입니다! 정말이지 한 해가 몹시 빨라요~.
저는 그동안 다른 책들도 접하였으므로... <좀비>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의견에 수정을 가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 <카시지>가 저와 가장 잘 맞는다고 결론내렸답니다! 분량이 제법 있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히는 작품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작품 내에서 모든 사건의 원인인(...) 크레시다가 참 답답하면서도..., 그녀의 마음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즐거운 듯 슬펐네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 저는 크레시다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카시지>를 읽고 작품 속에서 크레시다를 만나면서 저의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비밀스럽게 궁금해했답니다! 저에게 있어서 크레시다라는 캐릭터는 <빨간머리 앤>의 주인공 앤이, 굉장히 비뚤어지고 뒤틀려서 자라난 버전처럼 자리하고 있답니다. 앤은 물론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소녀이지만 어떠한 것에든, 깨끗한 신념과 그녀만의 향기를 풍기는 상상력이 지탱해주지 않는다면 앤은 크레시다 같은 아이로 자라날지도 모른다고 감히 상상해보았습니다. 저도 어릴 때는 빨간머리 앤만큼이나 화창한 구석이 넘치는 아이였는데 그릇이 작고 얕아 끝내는 크레시다의 그늘을 닮아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읽는 내도록 미운데도 미워할 수 없던 크레시다..., 어느 영혼의 어느 부분이든, 조금은 덜 아팠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