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5
앙드레 지드 지음, 이혜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어머니는 제가 문학소녀이길 바라셨고, 책장 가득 책들을 채워놓아 주셨답니다. 시공사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들이었어요. 프랜시스 엘리자 버넷의 <비밀의 화원>을 읽고 작가의 꿈을 꾸던 열 살짜리 여자애가 바로 어제의 제 모습 같은데...(:

앙드레 지드의 작품들은 <좁은 문>과 <전원교향곡>이렇게 두 권이 있었답니다. 두 작품 모두 굉장히 야릇하고 슬프게 다가와서 앙드레 지드는 쓸쓸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토라져서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매우 어렸던만큼 마냥 밝고 활기찬 이야기가 좋았거든요, <비밀의 화원>과 같이!

대학교에 들어와서야 요번 해 3월에 앙드레 지드의 <위폐범들>을 읽었고, 매력적인 글을 쓰는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기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위폐범들>은 정말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올해 봄과 여름, 예기치 않게 여러 일들을 겪었고, <위폐범들>이 <위폐범들>나름대로 시기적절하게 위안이 되어주었다면,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있는 <좁은 문>역시 저의 현재 심경에 상당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라고...굳게 믿으면서 펼쳐 들었습니다. 어린이용이 아닌, 아름다운 여인의 뒷목과 그녀가 걸려고 하고 있는 목걸이의 그림이 인상적인 표지의 펭귄 클래식 판으로 읽었답니다.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은, 저의 책이었기에 안심하고 예쁜 초록색 색연필로 밑줄도 그어가며 읽었어요.

어릴 때는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이 어째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제롬도 알리사를 무척 사랑하고, 알리사도 제롬을 너무나 사랑하는데 왜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없는 것인가...? 사촌 간의 사랑이기 때문에 금기시 되어있는 사랑을 다룬 작품인가? 라고도 생각했지만 많은 외국작품을 접하고 알게 된 결과, 외국에서는 사촌끼리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 앙드레 지드는 실제로 사촌누이 마들렌과 사랑에 빠졌었고...

종교적 신념...저는 매일 기도를 드리고 있지만, 마치 오에 겐자부로의 종교 없는 자의 기도처럼, 딱히 종교가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알리사의 종교적 신념을 대학생인 지금도 여전히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제롬! 네 곁에 내가 있으면 너는 그곳에 다다를 수 없어... 그곳이란 꼭 하느님의 곁뿐만이 아니더라도... 상징적 의미로 많은 것을 대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저의 현재 상황에 맞춰가면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래, 우리가 같이 있으면 우리는 서로 우리보다 더 고귀하고 중요하고 소중한 것, 그 경지에 이르는 데 방해밖에 받을 게 없어.

성숙했다고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나름의 좁은 길로 담담히 들어섰으니, 서툴렀지만 기특했다고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다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잊어야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쥘리에트에게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대답했던 제롬처럼...그처럼 그렇게만 여기고 잘 덮어두어요.(:

좁은 길로 들어설게, 수줍고 쓸쓸한 고백이 예쁜 물 속 하얀 조약돌처럼 언제고 언제까지나 순결하다면 무언가 정의를 알아내려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좋을 것만 같아요. 물기처럼 나는 남아있고, 어느 따뜻한 사람은 따뜻한 그대로이길, 하루하루 모를 궁글리는 돌처럼 기도는 굳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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