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너무나 오래 걸려서 토지를 다 읽었다. 처음엔 꼭 읽어봐야 할 책 같아서 읽기 시작했고 중간중간에는 다른 책들도 읽으면서, 그리고 고백하건대, 책을 읽는 중에도 눈만 무심히 글자를 따라간 적도 많았다. 너무 길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시작한 거니까 끝은 봐야지 하며 읽었던책...그러나 지금, 책이 끝난 지금은 아쉬움이 앞선다. 해방이 된 후에도 소설 속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듯 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가,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이 소설 속의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어리석은 미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시간을 쫓듯이 시간이 흐르는대로 나를 맡겨버렸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한채...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민족의 한많은 시대상보다는 소설 속의 생생한 인물들에게 더 관심이 가고 그들을 보며 나를 생각했다.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을 알지 못하는 나는 소설 속에서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람이 악인이든 혹은 선한 사람이든 나에게는 모두 나를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고 그런 의미에서 모두 나의 스승이다.
책을 읽으면서는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을까, 왜 이렇게 악해져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도 있었다. 그러나 소설을 다 읽은 지금은 이상하게도 그들에 대한 미움이 남아있지 않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그 시대를 살았다면, 그런 환경에 처했다면 그처럼 나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나쁘다는 것, 악하다는 것을 판단할 자격이 내게는 없고 누구도 그것을 가릴 수는 없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 글 속의 인물들은 누구든지, 어떠한 삶을 살았든지 그것은 매우 치열한 삶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 자체가 그들에게 그러한 삶을 가져다 준 것인지...아니다. 인간의 삶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치열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가... 오로지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과 옹졸함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소설 속 시대에 살았다고 해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방관자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소설을 읽고 좀 더 넓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나 자신에 대한 생각에만 치우치는 지금 내 모습을 봐도 나의 식견과 생각은 너무나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무 오랫동안 읽어서인지 한 권, 한 권, 한부분 , 한부분마다의 감동, 생각들이 다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쓸 말, 드는 생각들이 적다. 하지만 삶이라는 것,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그리고 죽는 만큼 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짧을 수도 어떻게 보면 한 없이 긴 시간일 수도 있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무엇을 위하여 그 시간을 쓸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 결과가 어떻든 과정이 힘들든 나 또한 매우 치열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은 나의 생각에만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내가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인가. 물론 답은 두번째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렇게 해야지 그렇게 살아야지 하면서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겪어보고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사회적인 성공이나 부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을 위하여 우리는 살아가는 것일까. 답을 내릴 수가 없다. 나로서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은 이 글의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인생이라는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내 머릿속의 이 복잡한 생각들, 나의 삶도 치열한 것일지 모른다. 모든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혹은 악인이든 선인이든 그들 나름대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듯하다. 이것이 나의 결론인가? 아니다. 이건 그냥 내 생각들의 나열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내일이면 또 바뀔지도 모른다. 결론이라는 것, 끝이라는 것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어떤 끝을 바라고 살기보다는, 어떤 결론을 내리고자 하기 보다는 내 앞의 삶을 열심히 살자. 이것이 나의 미숙한, 미완결인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