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Samurai (2003)
감독 Edward Zwick
이 영화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사무라이 하면 떠오르는 것은 위로 틀어올린 머리와 할복, 칼싸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국토를 침략하고 우리 조상들을 죽인 그들을 미화한 영화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두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나의 예상대로 영화 속에서 사무라이는 굉장히 멋있는 사람들로 그려졌다. 그러나 나는 영화 속 사무라이들의 멋진 모습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믿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미국의 영화를 보면 대부분 일본인을 좋게 그리지 않는 듯 했다. 미국인들이 자신들 외에 좋게 그리는 민족이 그다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동양인이나 흑인들은 백인들의 총에 많이 맞아죽었다. 나는 어느새 그것에 익숙해졌고 이 영화처럼 일본인, 동양인을 좋게 그린 영화는 낯설었다. 일본인에 대한 편견, 미움에도 불구하고 같은 동양인인 일본인을 좋게 그린 영화는 나의 기분을 어느정도 좋게 해준 것이 사실이다.
민족, 국가를 떠나 이런 싸우는 영화를 보면 왜 우리는 전쟁을 해야하며, 우리가 같은 민족, 같은 나라라고 하는 사람들끼리도 왜 끊임없이 싸워야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국가라는 것, 민족이라는 것은 인간이 임의적으로 나눈 것에 불과한데,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인간은 인간을 죽이고 죽임을 당한다. 미국인은 인디언을 죽이고 일본에서는 같은 일본인끼리 죽인다. 그리고 미국은 무기를 팔아서 그것을 돕고...이런 세계에서는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 힘이 센가, 어느 쪽이 더 많은 무기와 병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세계는 늘 그렇게 강한 자만이 지배를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일본인들은 이것을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톰 크루즈라는 유명한 배우가 자신들의 나라에 동화되는 역할을 맡은 것만으로도 좋아할까...게다가 사무라이를 의리있고 마지막까지 포기를 모르는 멋진 사람들로 그렸으니 어느 정도 만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본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전형적인 미국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멋진 톰 크루즈가 나오니 더욱더 영화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의 매력을 또한번 발견할 수 있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