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 - 털복숭이들과 베베집사의 묘생역전 스토리
베베집사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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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는 베베집사는 제주도에서 냥이 22마리와 살림을 차린 고양이 집사이자 유튜버이다. 게임을 무척 좋아하고,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커리어를 쌓았던 고액 연봉자 베베집사가 어째서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서 냥이들과의 라이프를 시작한 것일까?

처음부터 고양이가 이렇게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스트릿 출신의 고양이를 구조하고, 아픈 고양이를 입양하다 보니 그녀는 8마리 집사가 되어 있었다. 냥이들에게 실컷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그녀는 과감하게 사직서를 내던진다. 안정된 직장이 있는 상태에서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고양이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그만큼 가득했던 것이리라.

마치 가족 소개를 하듯, 각각의 특색과 개성을 지닌 고양이를 한 마리씩 소개하며 사진이 실려 있다. 그녀가 집사로서 정말 축복을 받았구나 느껴질 만큼 모든 아이들이 베베집사를 엄마처럼 잘 따르고 서로를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고양이 합사는 어렵다고 하는데 베베집사의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합사는 어림없었을 것이다. 냥이들끼리도 저마다 호감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따로 있어서 서로 짝꿍처럼 지내며 보살펴 주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같이 지내던 녀석이 고양이 별로 가면 같이 슬퍼하는 대목에서 나도 같이 울었다.


모든 아이들이 인상 깊고 특별하지만 특히 마일로는 베베집사 등에 업히거나 목에 매달려 있는 걸 좋아하는 개냥이 중에서도 개냥이다. 마일로는 방송을 타며 유튜브 스타가 되기도 했는데 정말 애교가 많아서 평소에 곁을 주지 않는 고양이 특성을 생각해 보면 고양이 탈을 쓴 강아지가 아닐까 싶다.

베베집사의 첫 고양이였던 디올. 첫 반려묘였기에 더욱 애틋했을 텐데 디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베베집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너무 마음이 아팠다. 베베집사 곁에서 같이 슬퍼하고 위로를 주었던 푸딩이와 포우, 샤넬이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안 그래도 짧디짧은 생인데 냥이들은 그 조그마한 몸에 복막염, 심장비대증, 신장병 등 왜 이렇게 병명이 많은 건지. 약을 먹거나 수술을 한다고 낫는 병이 아니라서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한 나날도 정말 많겠지만 갑작스러운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집사의 갖은 노력 끝에도 결국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랭이의 죽음. 특히 랭이와 친밀했던 포우는 마지막까지 랭이에게 구석구석 정성스러운 그루밍을 해주며 랭이를 보내주었다.

지인이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나이가 제법 많은 두 아이들, 레아와 토르도 베베집사가 맡아 키우게 되는데 이미 고양이들로 가득 찬 방에서 이 두 녀석을 입양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녀는 여간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천상 집사다. 고양이들 역시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레아는 내가 키우고 있는 터키시앙고라 품종이어서 그런지 더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나중에 레아도 아파서 베베집사와 이별하게 된다. 아..이별은 너무 힘들고 아프다.

​앞의 챕터들은 도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고 마지막 챕터는 제주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모성애가 넘치는 쫀니는 새끼 4마리를 부양하느라 살이 찔 틈이 없다. 새끼들 주려고 사료를 입에 한가득 물고 다니거나 개에게 맞서 새끼들을 지키는 모습이 영락없는 용감한 어미 고양이다. 제주도의 산책냥이 오대오 이야기도 흐뭇하다. 그런데 오대오가 쫀니의 남편이었다니 이런 반전이 있나.

​도시 고양이 8마리에서 시작하여 제주도 고양이에게까지 거처를 마련해 주고 식사 제공, 청소, 중성화 수술 등 여러모로 애쓴 베베집사가 존경스럽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양이들과의 서사를 영상과 책으로 엮은 노력 또한 정말 대단하다. 고양이를 정말 애정하는 이 시대의 고양이 대통령 베베집사. 그녀는 지금도 바람 솔솔 부는 제주에서 20여 마리 고양이들과 뒹굴뒹굴하고 있겠지. 또 어디선가 그녀 곁에 홀연히 나타날 묘연을 기다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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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의 흔들림 - 영혼을 담은 붓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필경사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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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도입부부터 호텔리어인 지카라가 필경사 도다의 집을 힘겹게 찾아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카즈키 호텔의 중요 고객이 송별회 초대장의 붓글씨를 의뢰하면서 지카라는 그 붓글씨의 필경사가 도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전임자의 실수로 도다의 집 주소 기재가 누락되어 지카라는 집 주소를 다시 묻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하여 일부러 도다 집에 찾아가 붓글씨 작업을 의뢰하기로 한다.

도다가 이메일로 대충 위치만 알려주었기 때문에 지카라는 한참 동안 헤매끝에 도다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전형적인 일본 가옥이지만 동서양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목조건물에 울타리 너머 널따란 마당과 협소한 주차공간을 보고 지카라는 이 집에 살고 있는 인물이 소소하면서도 올바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짐작한다. 지카라가 도다 집을 방문한 시간은 마침 도다가 아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는 서예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도다가 아이들을 엉뚱하면서도 조금 상식에서 벗어난 방법으로 가르치는 걸 보고 지카라는 도다라는 인물에 대해 이상하면서도 자신과는 다른 결의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서예 수업이 끝나고 하루토라는 아이가 도다에게 친구에게 쓸 편지를 대필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도다의 글씨체를 실제로 목격하고 감탄하면서 지카라는 생각지도 못하게 도다의 매력에 서서히 빠지게 된다. 필경사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도다가 대필일까지 한다고 해서 놀라웠고, 진지한 구석이 없는 도다가 붓글씨를 쓸 때만큼은 진중하고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 솔로인데다가 미혼인 지카라는 성실히 호텔에서 일하면서 한정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전형적인 바른생활 사나이다. 지카라는 쉬는 날이나 한가할 때 경마장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도다라는 인물을 알고부터는 아무 일도 없이 일부러 도다를 찾아갈 만큼 그의 매력에 빠져 꽤 가깝게 지내면서 서로 말동무가 되고 친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도다로부터 호텔의 필경사 등록을 취소해달라는 이메일을 받고 지카라는 바로 도다의 집으로 찾아간다. 사실 유쾌하고 밝은 성격의 도다의 이면에는 어두운 과거가 있었고 도다의 과거를 알게 된 지카라는 그 얘기를 해준 도다에게 부담을 느끼는 한 편, 자신을 믿고 얘기를 털어놓은 도다에게 연민과 고마움을 느낀다.

[먹의 흔들림]이라는 뭔가 격조 있고 근엄한 제목과는 다르게, 특이하게도 스토리로만 보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두 인물의 일상이 평온하게 흘러간다. 서로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 인물이 일적으로 만나서 개인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마지막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그들이 대필 작업을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와 도다의 재치 있는 언변이 재미있어서 피식피식 웃음을 자아낸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온기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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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데이즈
루스 웨어 지음, 서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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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장을 덮고 아, 이 책이 영화화된다면 대박이겠는데? 범죄 액션 스릴러 장르에 주인공으로는 누가 좋겠고...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번에도 루스 웨어의 작품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책장을 덮기 아쉬울 만큼 진한 여운이 남는다. 심지어 장면 하나하나가 영상화되어 마치 영화 시나리오를 읽은 느낌이다.

디지털 보안 전문가인 게이브와 보안 컨설턴트인 잭. 둘은 부부이기도 하고 일적으로 쿵짝이 잘 맞는 파트너이다. 기업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회사 시스템에 침입해서 보안에 구멍이나 허점이 있는지 테스트하는 펜 테스터 일을 하고 있다. 남편인 게이브는 온라인, 아내인 잭은 오프라인을 담당하는데 이날도 잭은 무장한 채 회사 시스템에 침입하여 게이브의 지시로 어둡고 미로 같은 회사 내부를 두더지처럼 파헤치며 일에 전념한다.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이 부부는, 이날이 서로에게 마지막이란 걸 알았을까.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잭이 컴퓨터 책상 앞에서 고꾸라져 있는 게이브의 시신을 발견하기 전까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패닉에 빠져 남편의 사망 신고를 너무 늦게 한 잭에게는 가혹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용의자로 몰린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보험회사에서 메일까지 온다. 게이브와 잭의 명의로 생명보험을 가입이 되었다는 메일로, 이건 누가 작정하고 잭에게 누명을 씌운 것임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잭은 경찰의 눈을 피해 언니인 헬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수사망을 피하며 게이브를 죽인 진짜 범인을 찾고자 전력을 다한다. 잭이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잭은 정말 강인하고도 정의에 불타는 여전사 같은 캐릭터이다. 왜소한 몸이지만, 자신의 몸이 다치는 것도 불사하고 오직 범인을 밝히는 데에 집중하고 자신 목숨까지도 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방법을 찾아내는 포기할 줄 모르는 남편바보 잭. 게이브의 부재를 슬퍼하면서도 남편의 복수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그녀의 집념이 무서우리만치 인상적이다.

그 와중에 잭은 자신의 첫 번째 남자친구였던 부패 경찰인 제프에게 이메일로 답장을 해서 엿 먹으라고 일침을 가하는데, 아주 통쾌하고 유쾌하다. 잭의 걸크러쉬가 가장 돋보이는 최고의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제프는 잭을 도와줄 것처럼 유인하여 잭 대신에 언니인 헬을 체포해 가는데, 왜 이렇게 찌질해 보이는지.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범인은 누구? 나는 사실 초반부에 범인을 눈치챘는데 등장인물이 몇 없어서이기도 하고, 범인보다 범인의 동기가 더 중요해서 범인을 맞추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듯하다. 추리소설의 법칙이라면 법칙이기도 한, 범인은 항상 의외의 인물이라는 것.

하지만 잭은 범인을 잡아 놓고도 씁쓸하면서 뭔가 개운치 않다. 진범을 못 잡았기 때문인데 경찰은 배후에 관련된 사람을 조사 중이라며 그들의 무능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아니 경찰은 뭐 하는 건가, 이번에도 잭이 나서야 하나.

점점 발전해가는 온라인 범죄.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무섭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편하게 살기 위해 도입된 장치와 기계 장비 속에서 오히려 역으로 공격을 당하거나 정보가 털리는 일도 빈번하다. 전자화폐, 딥페이크, AI 딥 보이스등 눈에 보이지 않아 더 무서운 온라인 범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잭이 온라인 범죄로 남편을 잃은 것처럼 나도 소중한 누군가를 잃을 수 있다. 아니, 당장 나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겠지. 정말 재밌고 흥미진진한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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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용기 100 - 일본 최고 전문의가 전하는 잡동사니, 뒤엉킨 사고, 인간관계 정리 습관
고바야시 히로유키 지음, 이지현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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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옷장을 열어보고 한숨을 쉬고, 자질구레한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찬 서랍 속에서 정작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 책 읽는 내내 저자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면서 지난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100가지의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 말한다. 버리는 것에 용기가 필요할까 싶냐마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버린다는 행위는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자리 잡아 있고, 아껴 쓰고 다시 써야한다, 언젠가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사리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 쓰는 물건은 6개월마다 버려라"

​처분해도 큰 지장이 없는 사무 용품들은 6개월 주기로 정리해야 항상 깔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심신의 안정은 물론 업무 능률까지 향상된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항상 넘쳐났던 내 책상 위에 볼펜들과 포스트잇, 비품 등등. 그런 것들이 많다고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닌데도 왜 사무 용품들을 쌓아놓고 일했을까. 이는 꼭 사무실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무슨 일을 함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 몇 가지만을 주변에 두고 깔끔하게 일을 한다면 효율적일 것이다.

내가 가장 버리기 어려운 습관은 바로 계단을 이용하는 습관일 것이다. 눈앞에 편리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도 계단을 이용하다니 정말 어지간한 의지가 없다면 실천하기 어려운 습관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건강에 이상적인 심호흡 법과 하늘을 올려다보며 등을 쭉 펴고 걸으라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 역시 걸을 때 땅을 보고 걷는 것 같다. 땅을 보고 걸으면 등이 구부정해지고 보폭도 작아져 바른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바른 자세가 되면 온몸에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고 자율신경이 안정되는데 저자는 이러한 자율신경의 균형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좌우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다.

"맛없는 식사를 관둬라"

다이어트를 위해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맛없는 식단을 고수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에게 이 챕터는 한 줄기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이라도 맛없는 것을 먹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하니 가공식품이나 지나친 탄수화물은 피하되,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겨야겠다.

후반부에는 건강한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물건은 버리고 정리만 하면 되는 것이지만 인간관계는 한 번에 잘라낼 수 없기에 더 어려운 것이고 그만큼 고민과 망설임도 많을 것이다. 나를 갉아먹는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법에 대한 깨알 같은 조언이 적혀 있어서 좋았다.

물건이든 인간관계든 과부하가 걸려 있으면 본인만 힘들어진다. 안 그래도 복잡하고 힘든 세상 가볍고 간소하게, 미련 없이 버리고 현명하고 지혜롭게 정리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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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조예은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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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이비 교주 형제에게 납치당해 낡은 교회 건물 뒤쪽의 오두막에서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형제가 있다. 그들의 이름은 찬과 란. 형인 찬에게는 고통을 옮기는 능력이 있는데 왜, 언제 그런 능력이 찬에게 생긴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인만이 그 능력을 알고 있는 와중에 형제가 탈출에 실패한 날, 사이비 교주인 한승목에게 맞아 죽을 뻔한 형제. 동생이 고통으로 무참히 쓰러져 있는 걸 두고 볼 수만 없던 찬은 동생 란이 가지고 있는 고통을 한승목에게 옮기는 과정에서 한승목 동생인 한승태에게 목격되고 만다.

탈출은 실패로 끝났고 한승목과 한승태에게 찬이라는 인물은 돈줄이었기 때문에 계속 찬을 이용하여 돈을 벌고 교주인 한승목은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 한승목 형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유명한 국회의원의 병을 납치한 아이에게 옮겨 막대한 돈을 받으며 자신들의 욕심을 채워 나간다. 찬은 불쌍한 아이들이 이유도 없이 병을 얻고 죽어나가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지만 안하겠다고 하면 한승목 형제가 란을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어쩔수 없이 그들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고통은 타인에게 옮겨질 뿐 줄거나 커지거나 사라지지 않았다."
시프트 p.124

찬의 이 기적 같은 능력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차라리 찬의 능력이 타인의 병을 없애는 것이라면 좋았을 텐데 고통을 타인에게 옮겨 주는 것이라니.

이야기 후반은 란의 복수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찬이 자신을 구하다가 죽었기 때문에 란은 형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한승목 형제에게 복수하는 일에 매진한다. 찬이 죽으면서 그의 능력이 란에게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에 란에게도 고통을 옮기는 능력이 생기고 란은 이 능력을 이용해서 복수할 날만을 기다린다.

한승목 형제에 이어 부패한 국회의원을 이창 형사와 함께 손잡고 처단하는 란. 이창 형사의 조카인 채린이의 병을 국회의원에게 옮기는 과정은 통쾌하면서도 아슬아슬하다. 이창 형사에게도 조카 채린이를 위해서 란은 필요한 존재였지만 란을 회유하는 과정이 강압적이거나 이기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란은 이창 형사에게 마음을 연 것이 아닐까. 지난날, 찬과 란 때문에 죄 없는 아이들이 죽어간 것에 마음이 괴로워 채린을 꼭 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찬의 능력이 란에게 시프트 된 것은 왜일까. 이 부분은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고 억지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나에게, 혹은 내 주변인들에게 그러한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기적을 행하는 이 능력이 축복으로 환영받을지, 저주가 되어 불행을 끼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인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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