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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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눈길을 끄는 이 책. 오래전에 나온 책임에도 워낙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소설이라 현재까지도 여러 출판사에서 계속 번역되어 나오는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소위, 벽돌 책이다. 표지에는 고양이가 어두운 계열의 한복을 입고 므흣한 표정으로 책상 앞에서 손자국을 찍고 있는데, 이 책에 나오는 고양이의 외모와 행동들을 보았을 때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주인의 집에서 동거하게 된 이름 없는 고양이는 심심할 틈이 없다. 주인집에 여러 손님들이 오는데 그 손님들이 주인이랑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식견도 상당하고 눈치도 빠른 고양이라서 주인이나 다른 손님들이 빙빙 돌려서 하는 말이나 어처구니없는 말에 어이없어하거나 황당해 하기도 한다.

나는 특히 주인집에 찾아오는 손님 중에 홀연히 나타났다가 마찬가지로 홀연히 사라지는 메이테이 선생이 재치 있고 유쾌한 사람이라서 좋다. 어떨 때는 황당무계한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이야기의 핵심을 잊은 채 본론에서 벗어나 아무 말이나 꾸며내는 만담꾼 같다. 하지만 주인이랑 티키타카 가볍게 툭툭 던지는 말이나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에도 뼈가 있어서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인데 이렇게 말을 재밌게 하는 건지 특이하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고양이도 메이테이 선생이 집에 오는 것을 내심 반긴다.

주인집은 마치 사랑방처럼 메이테이와 간게쓰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조언을 구한다고 불쑥 찾아오거나 안부차 들려서 주인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이들 중 메이테이 선생 못지 않게 엉뚱한 인물은 간게쓰군이다. 이학자인 간게쓰군은 목매기의 역학 연구라든지 유리구슬을 갈면서 실험에 진지한 열의를 보이는, 시종일관 성실하고 바른 인물이다. 간게쓰군을 사위로 삼고 싶어 하는 건지 가네다 부인이 간게쓰군의 사람 됨됨이를 알고 싶다며 주인집에 들른 후에 주인과 메이테이 선생이 가네다 부인을 코마님이라고 칭하며 시를 짓는 장면은 정말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현웃이 터졌다. 주인과 손님들은 가네다 부인이 저러는 이유는 필시 간게쓰군의 박사 학위를 바라고 저러는 것이라고 간파하고 얄밉게도 끝까지 가네다 부인이 바라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가네다 부인은 스즈키군까지 매수하여 계속 간게쓰군의 뒷조사를 하지만 결국 간게쓰군은 다른 여인과 혼인을 해버리고 만다. 가네다 부인 혼자 헛물을 켜고 있던 셈이다. 주인과 손님들은 가네다 부인과 그 집주인을 들먹이며 끝까지 욕한다. 사실 가네다 집은 돈을 굴리는 사업자 집안이고 주인은 수입이 변변치 않은 영어 독해 선생님이 직업이다. 가네다 집안뿐 아니라 주인의 옛날 친구들도 샌님같은 주인집을 무시하면서 사업을 해보라느니 언제까지 교사 노릇이나 하고 있을 거냐면서 충고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고양이 눈에 주인은 유유자적,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것 같다. 주인 역시 큰 욕심이 없는 사람으로, 남들이 뭐라든 마이웨이 방식으로 친구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 농담을 하고 골려 먹고 가네다 집안의 코마님을 이야깃거리 안주 삼아 지내는 것에 불만이 없는 듯하다.

책 뒷부분은 주인과 손님들이 철학적이면서도 꽤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이자 직시해야 할 논란거리들과 맞닿아 있어서 이 책이 왜 지금까지도 고전 중의 고전, 명작 중의 명작인지 깨달았다. 나름 고등교육을 받은 학자들이 농담을 섞어 아무렇게나 떠드는 말 같지만 앞으로 세상은 차차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어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고양이가 사람들을 관찰을 하고 생각을 하고 심지어 인간들을 비웃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는 한 편의 동화와 닮아 있다. 하지만 깊게 들어가서는 의뭉스럽고 어리석은 인간 군상의 면모를 들여다보고 사유하며 세상 사는 이치를 자연스레 깨닫는 과정이 한 마리 고양이의 눈을 통해 조명되다니 얼마나 놀랍고 신비한 이야기인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키득거리며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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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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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료이치가 소속된 이케부쿠로경찰서 강력계에 골치 아픈 일이 이어지고 있다. 반사회 범죄 집단의 조직 내부 구성원들이 연쇄 살인을 당하고 있는데 그 피해자들은 딱히 뚜렷한 공통점이 없다. 하지만 범인은 시체에 엑스 표시를 남겨둠으로써 경찰들은 동일범의 소행임을 간파한다. 어느덧 네 번째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자 국민들은 경찰의 능력을 비난함과 동시에 범인을 성소자라고 칭하며 사회의 악을 뿌리뽑을 수 있겠다고 좋아하는 분위기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얼마 전에 OTT로 시청한, [비질란테]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죗값을 치르지 않거나 가벼운 벌을 받은 사람을 경찰이 몰래 죽이고 다니며 벌하는 스토리이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집행관들]이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그 소설의 스토리도 역시 법망을 빠져나간 나쁜 놈들을 사적으로 처단하는 이야기라서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이 소설도 경찰이 범죄에 가담하여 범인으로 추궁을 받고, 모방범이라는 존재가 나오게 되는 것까지 동일해서 부패 경찰이 나오는 사회 미스터리 범죄 장르의 클리셰는 깨지지 않는다.

어느 날, 고등학생 동기이자 감찰계장인 카타세로부터 연락이 온다. 이 연쇄 살인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오지만 성실하고 바르기만 한, 료이치도 범인을 알 수가 없으니 그냥 보복 범죄인 것 같다고 대답한다. 료이치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경찰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료이치의 딸 카나는 클럽에서 만난 남자가 자기를 범하려 하자 우발적으로 그 남자를 살해하고 만다. 료이치는 카나의 죄를 덮으려 시신을 유기하는데 그 과정에서 성소자가 한 짓처럼 시신에 엑스 표시를 한다. 목격자가 없는 완전범죄였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클럽에서 카나의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쿠로카와라는 사람에게서 카나의 일을 함구할 테니 돈을 달라는 협박 전화까지 온다. 설상가상으로 수사본부에서는 료이치의 시신 유기 때문에 성소자가 아닌, 모방범이 했다는 가설이 나돌고 료이치는 궁지에 몰린다.

하지만 하늘이 도운 것인지 성소자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료이치가 탐문을 하면서 얻은 증거를 없애주면 자신이 쿠로카와를 죽여주겠다는 것이다. 료이치는 자신이 손에 얻은 USB 데이터가 결정적인 증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성소자의 요구에 따른다. 그리고 쿠로카와가 정말 죽자 료이치는 이제 성소자와 한 배를 타버린 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 복병이 있었으니 료이치의 아들 쇼타이다. 쇼타는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로, 평소 부모님이 자신보다 누나인 카나에게 신경을 더 많이 써주는 것을 비롯해 공부도 발레도 잘하는 카나에게 열등의식이 있는 인물이다. 쇼타는 누나 방에 몰래 들어가 도청 장치를 설치한 끝에 카나와 아빠 간에 모종의 비밀이 있음을 눈치챈다.

사건이 미궁으로 빠진 와중에 후지이 순사부장이 시체로 발견된다. 이 죽음을 지시한 것도 성소자로, 료이치에게는 후지이를 죽여야 할 사정이 있었다. 동료 경찰인데도 후지이를 죽여야 할 만큼 료이치는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카타세는 료이치의 안색이 좋지 못한 것과 어색한 행동들을 보고 그가 부쩍 이상하다고 느낀다.

정의로운 편에 서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의 진급과 가족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범죄를 저지르는 료이치. 범죄를 저지르고도 은폐를 위해 악의 구렁텅이로 깊이 들어가기만 한다. 하지만 그 누가 료이치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걸릴 듯 말듯, 잡힐 듯 말듯 몇 번이나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길 때마다 두근두근거렸다. 분명 료이치는 악인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고 있었고 처음에는 바르고 성실했던 료이치의 변화된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궁지에 몰렸을 때 인간의 본성이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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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열림원 세계문학 7
조지 오웰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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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상의 모든 행동이 감시 당하고 심지어 정신세계까지도 통제 당한다면 어떨까? 자신 이외에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도 믿을 수 없고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도 도청 당하고 있어서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는 세상, 그래서 음울하고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 소설의 주인공인 윈스턴은 그들 중 하나인 평범한 내부 당원이다. 아니, 평범한 척하는 내부 당원이다.

"윈스턴은 거의 모든 여자를, 특히 젊고 예쁜 여자를 싫어했다." page.21

소설 초반부터 복선이 드러난다. 윈스터는 젊은 여자가 가장 맹목적인 당의 지지자이자 감시자들이라고 여기며 그녀들을 의식적으로 피해 다니고 경멸한다. 심지어 그 젊은 여자가 꿈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윈스터가 끝내 줄리아와 사랑에 빠지리라는 것을. 그녀와 사상적으로 뜻을 같이하다가 끝내 체포되어 고문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서로의 미래를 예견했다. 언젠가 사상경찰에게 발각되어 체포당하고 고문을 당하고 총살 당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윈스턴이 내부 당원 중에 또 한 명 깊이 끌린 사람, 오브라이언.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윈스턴이 왜 오브라이언에게 끌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은 없다. 윈스턴은 막연히 소망했다. 오브라이언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은밀한 소망을 품었다.

텔레스크린이라는 기계 앞에서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얼굴 표정까지 관리해야 하는 지배 체제하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을 바랄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체념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그저 순종하고 복종하는 것 밖에는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윈스턴은 하루는 체념했다가 또 하루는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꿈꾼다. 윈스턴의 입장에서 그 희망의 빛은 줄리아였을 것이다. 그녀와 소통하고 만나기까지가 완전 비밀 첩보작전을 연상하게 하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비밀리에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위태위태하게 그녀와 연애를 하며 형제단 활동을 꿈꾸어 나간다.

형제단 활동의 수장급이라고 믿었던 오브라이언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에 의해 고문을 당하면서 윈스턴의 삶은 철저히 망가진다.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정신적으로도 몹시 피폐해진다. 결국, 텔레스크린의 사각지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윈스턴이 바라온 세상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과거를 은폐하고 사라지게 하며, 새말로 역사를 다시 쓰고, 인간들을 세뇌시켜 당이 끝내 지켜야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윈스턴의 소리없는 저항,
고문과 권력 앞에 증발된 정의와 진실"

윈스턴이 너무나도 궁금해했던 빅 브라더의 존재 유무. 아마 누구도 빅 브라더가 실제 존재하는지 증명할 수 없겠지. 어떠한 결과물 없이 씁쓸한 결말을 맺으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그래도 윈스턴은 줄리아와 내통하면서 당을 거역했다는 묘한 쾌감을 느낌과 동시에 그들이 언젠가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똑같은 과오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더 이상은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고 미래를 보며 나아가기 위한 인간의 소리 없는 저항과 투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 편의 고독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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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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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디아 가문의 가계도를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안보고도 외울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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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확장자들
김아직 외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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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단편 소설은 잘 안 읽다 보니 다섯 명의 작가들은 나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한국의 장르문학을 이끌어온 베테랑 5인의 작가들, 클리셰를 파괴하고 비틀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인물과 범인에 초점을 두기보단 여기선 어떻게 이야기를 꼬았을지, 결말이 어떻게 될지에 집중하며 읽었다.

단연 재밌게 읽은 작품은 첫 번째로 실려 있는 [길로 길로 가다가] 김아직 작가의 이야기다. 10대 중반의 아이가 탐정 노릇을 하며 증거에 집착하는 경찰관과 살인 사건이 일어난 동네에서 범인을 추리하는 스토리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건의 최초 목격자 역시 10대 탐정인 오느릅이다. 작고 조용한 동네에서 연속 발견되는 시체, 의심되는 용의자 몇 명, 노랫말 연쇄살인의 법칙이 적용되는 클리셰. 재미의 요소를 다 갖추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스크류바 아이스크림이라는 게 웃기면서도 김빠지지만.

두 번째로 재밌게 읽은 건 박하익 작가의 작품이다. 사라진 아이들을 죽였다고 의심받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마녀로 알려진 최문주라는 여자가 있다. 신문사에서 편집 일을 담당하는 윤소영은 카페 사장과 같이 이 사건의 진범이 누군지 밝히려고 애쓴다. 그 와중에 최문주가 죽고, 윤소영은 최문주가 쓴 수기를 손에 넣게 되면서 진실을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 수기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었고 윤소영은 그 오류가 최문주의 망상인지, 아니면 진실을 은폐하고자 의도적으로 꾸며낸 것인지 혼란에 빠진다. 결국 윤소영은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하지만, 카페 사장의 영업 비밀을 알아버리고 허탈해 한다. 김아직 작품과 마찬가지로 박하익 작품 역시 정작 사건을 해결할 것 같은 사람은 뒤에 빠져 있고, 범인의 존재와 동기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사건 해결을 위한 과정과 용의자의 동선이 흥미로워서 끝까지 재밌게 읽었다.

세 번째로 재밌게 읽은 작품은 최혁곤 작가의 [진동분교 타임캡슐 개봉사건] 이다. 진동분교 터에 게스트하우스 건물을 짓고 언젠가 리조트 건설을 꿈꾸는 요다 여사에게 갑자기 게스트하우스 마당을 파헤쳐야 하는 사정이 생긴다. 30년 전 졸업한 동창생들이 그 장소에 타임캡슐을 묻어놨는데 이번에 그 타임캡슐을 개봉하겠다고 한 것이다. 드디어 타임캡슐 개봉날. 졸업생들 사진은 총 8명인데 7명만 그 장소에 나타난다. 알고 보니 한 명은 그 해 실종되어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과연 타임캡슐에 묻혀 있던 건 무엇이었으며, 그 7명이 30년이 지나서 굳이 타임캡슐 개봉을 해야 했던 이유는?

다섯 편 모두 뚜렷한 반전을 가지고 있고 예상치 못한 씁쓸한 결말이라는 것에 추리, 미스터리 소설 본연의 분위기를 충분히 담아낸다. 억지로 사건을 꼬거나 극적으로 반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각 인물의 서사에 맞게 자연스러운 과정과 결론으로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누가 가볍게 읽기 좋은 책 한 권을 추천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뻔한 클리셰와 거창한 트릭과 반전들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책에 빠져들 수 있다니. 피식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오는 신박한 소설 다섯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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