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열림원 세계문학 7
조지 오웰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림원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상의 모든 행동이 감시 당하고 심지어 정신세계까지도 통제 당한다면 어떨까? 자신 이외에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도 믿을 수 없고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도 도청 당하고 있어서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는 세상, 그래서 음울하고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 소설의 주인공인 윈스턴은 그들 중 하나인 평범한 내부 당원이다. 아니, 평범한 척하는 내부 당원이다.

"윈스턴은 거의 모든 여자를, 특히 젊고 예쁜 여자를 싫어했다." page.21

소설 초반부터 복선이 드러난다. 윈스터는 젊은 여자가 가장 맹목적인 당의 지지자이자 감시자들이라고 여기며 그녀들을 의식적으로 피해 다니고 경멸한다. 심지어 그 젊은 여자가 꿈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윈스터가 끝내 줄리아와 사랑에 빠지리라는 것을. 그녀와 사상적으로 뜻을 같이하다가 끝내 체포되어 고문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서로의 미래를 예견했다. 언젠가 사상경찰에게 발각되어 체포당하고 고문을 당하고 총살 당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윈스턴이 내부 당원 중에 또 한 명 깊이 끌린 사람, 오브라이언.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윈스턴이 왜 오브라이언에게 끌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은 없다. 윈스턴은 막연히 소망했다. 오브라이언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은밀한 소망을 품었다.

텔레스크린이라는 기계 앞에서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얼굴 표정까지 관리해야 하는 지배 체제하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을 바랄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체념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그저 순종하고 복종하는 것 밖에는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윈스턴은 하루는 체념했다가 또 하루는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꿈꾼다. 윈스턴의 입장에서 그 희망의 빛은 줄리아였을 것이다. 그녀와 소통하고 만나기까지가 완전 비밀 첩보작전을 연상하게 하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비밀리에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위태위태하게 그녀와 연애를 하며 형제단 활동을 꿈꾸어 나간다.

형제단 활동의 수장급이라고 믿었던 오브라이언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에 의해 고문을 당하면서 윈스턴의 삶은 철저히 망가진다.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정신적으로도 몹시 피폐해진다. 결국, 텔레스크린의 사각지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윈스턴이 바라온 세상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과거를 은폐하고 사라지게 하며, 새말로 역사를 다시 쓰고, 인간들을 세뇌시켜 당이 끝내 지켜야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윈스턴의 소리없는 저항,
고문과 권력 앞에 증발된 정의와 진실"

윈스턴이 너무나도 궁금해했던 빅 브라더의 존재 유무. 아마 누구도 빅 브라더가 실제 존재하는지 증명할 수 없겠지. 어떠한 결과물 없이 씁쓸한 결말을 맺으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그래도 윈스턴은 줄리아와 내통하면서 당을 거역했다는 묘한 쾌감을 느낌과 동시에 그들이 언젠가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똑같은 과오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더 이상은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고 미래를 보며 나아가기 위한 인간의 소리 없는 저항과 투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 편의 고독한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엔디아 가문의 가계도를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안보고도 외울 지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리셰: 확장자들
김아직 외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단편 소설은 잘 안 읽다 보니 다섯 명의 작가들은 나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한국의 장르문학을 이끌어온 베테랑 5인의 작가들, 클리셰를 파괴하고 비틀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인물과 범인에 초점을 두기보단 여기선 어떻게 이야기를 꼬았을지, 결말이 어떻게 될지에 집중하며 읽었다.

단연 재밌게 읽은 작품은 첫 번째로 실려 있는 [길로 길로 가다가] 김아직 작가의 이야기다. 10대 중반의 아이가 탐정 노릇을 하며 증거에 집착하는 경찰관과 살인 사건이 일어난 동네에서 범인을 추리하는 스토리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건의 최초 목격자 역시 10대 탐정인 오느릅이다. 작고 조용한 동네에서 연속 발견되는 시체, 의심되는 용의자 몇 명, 노랫말 연쇄살인의 법칙이 적용되는 클리셰. 재미의 요소를 다 갖추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스크류바 아이스크림이라는 게 웃기면서도 김빠지지만.

두 번째로 재밌게 읽은 건 박하익 작가의 작품이다. 사라진 아이들을 죽였다고 의심받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마녀로 알려진 최문주라는 여자가 있다. 신문사에서 편집 일을 담당하는 윤소영은 카페 사장과 같이 이 사건의 진범이 누군지 밝히려고 애쓴다. 그 와중에 최문주가 죽고, 윤소영은 최문주가 쓴 수기를 손에 넣게 되면서 진실을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 수기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었고 윤소영은 그 오류가 최문주의 망상인지, 아니면 진실을 은폐하고자 의도적으로 꾸며낸 것인지 혼란에 빠진다. 결국 윤소영은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하지만, 카페 사장의 영업 비밀을 알아버리고 허탈해 한다. 김아직 작품과 마찬가지로 박하익 작품 역시 정작 사건을 해결할 것 같은 사람은 뒤에 빠져 있고, 범인의 존재와 동기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사건 해결을 위한 과정과 용의자의 동선이 흥미로워서 끝까지 재밌게 읽었다.

세 번째로 재밌게 읽은 작품은 최혁곤 작가의 [진동분교 타임캡슐 개봉사건] 이다. 진동분교 터에 게스트하우스 건물을 짓고 언젠가 리조트 건설을 꿈꾸는 요다 여사에게 갑자기 게스트하우스 마당을 파헤쳐야 하는 사정이 생긴다. 30년 전 졸업한 동창생들이 그 장소에 타임캡슐을 묻어놨는데 이번에 그 타임캡슐을 개봉하겠다고 한 것이다. 드디어 타임캡슐 개봉날. 졸업생들 사진은 총 8명인데 7명만 그 장소에 나타난다. 알고 보니 한 명은 그 해 실종되어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과연 타임캡슐에 묻혀 있던 건 무엇이었으며, 그 7명이 30년이 지나서 굳이 타임캡슐 개봉을 해야 했던 이유는?

다섯 편 모두 뚜렷한 반전을 가지고 있고 예상치 못한 씁쓸한 결말이라는 것에 추리, 미스터리 소설 본연의 분위기를 충분히 담아낸다. 억지로 사건을 꼬거나 극적으로 반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각 인물의 서사에 맞게 자연스러운 과정과 결론으로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누가 가볍게 읽기 좋은 책 한 권을 추천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뻔한 클리셰와 거창한 트릭과 반전들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책에 빠져들 수 있다니. 피식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오는 신박한 소설 다섯 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쁨을 알아채는 힘
히스이 고타로 지음, 백운숙 옮김 / 삼호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은 뉴스 보기가 겁난다. 어쩜 이렇게 좋은 뉴스는 없고 보면 한숨만 나오는 기사가 쏟아지는지. 정치, 경제, 연예 기사가 도를 지나치고 댓글들은 더 가관이다. 남을 탓하며 불평을 쏟아놓거나 남의 불행을 보며 비꼬거나 기뻐하는 사람도 있다. 이 현실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자 평범한 일상이다. 하루하루가 똑같고 반복되는 것 같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가 관점을 조금 달리해서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 감사할 일도, 기뻐할 일도 넘쳐난다. 이 책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에 대해 짚어준다.

감정을 통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왜 나만 불행하고 힘들까. 부정적인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오며 나 혼자만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감정을 객관화해보자. 제3자가 되어 조용히 내 마음을 헤아려보고 그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점을 달리해 보라고 강조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한다. 타인을 의식해서 슬프고 힘든데도 억지로 웃고 있지는 않은가. 하나도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애써 힘을 내고 있지는 않은가.


조금은 힘을 빼고 살면 어떨까.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 살고 있지만 얼마나 잘 먹고 잘 살려고 내가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나 생각할 때가 많은데 책 속 문구를 읽으며 공감과 위안을 얻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 시간을 가져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게으르다거나 무기력한 사람이란 말을 듣는 거 아닐까 눈치 본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다.

​무슨 일이든 기회로 삼으며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기! 유들유들한 사고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보기!
당장 좋고 행복한 말들을 입 밖으로 내뱉어보자! 내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 에너지가 전염된다고 한다. 반면 불행한 말들과 불쾌감 역시 고스란히 전염되니, 말 한마디가 갖는 힘은 엄청난 것 같다. 일상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기쁨과 행복이라는 것은 소소하면서도 감사하는 마음과 연결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 - 털복숭이들과 베베집사의 묘생역전 스토리
베베집사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는 베베집사는 제주도에서 냥이 22마리와 살림을 차린 고양이 집사이자 유튜버이다. 게임을 무척 좋아하고,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커리어를 쌓았던 고액 연봉자 베베집사가 어째서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서 냥이들과의 라이프를 시작한 것일까?

처음부터 고양이가 이렇게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스트릿 출신의 고양이를 구조하고, 아픈 고양이를 입양하다 보니 그녀는 8마리 집사가 되어 있었다. 냥이들에게 실컷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그녀는 과감하게 사직서를 내던진다. 안정된 직장이 있는 상태에서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고양이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그만큼 가득했던 것이리라.

마치 가족 소개를 하듯, 각각의 특색과 개성을 지닌 고양이를 한 마리씩 소개하며 사진이 실려 있다. 그녀가 집사로서 정말 축복을 받았구나 느껴질 만큼 모든 아이들이 베베집사를 엄마처럼 잘 따르고 서로를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고양이 합사는 어렵다고 하는데 베베집사의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합사는 어림없었을 것이다. 냥이들끼리도 저마다 호감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따로 있어서 서로 짝꿍처럼 지내며 보살펴 주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같이 지내던 녀석이 고양이 별로 가면 같이 슬퍼하는 대목에서 나도 같이 울었다.


모든 아이들이 인상 깊고 특별하지만 특히 마일로는 베베집사 등에 업히거나 목에 매달려 있는 걸 좋아하는 개냥이 중에서도 개냥이다. 마일로는 방송을 타며 유튜브 스타가 되기도 했는데 정말 애교가 많아서 평소에 곁을 주지 않는 고양이 특성을 생각해 보면 고양이 탈을 쓴 강아지가 아닐까 싶다.

베베집사의 첫 고양이였던 디올. 첫 반려묘였기에 더욱 애틋했을 텐데 디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베베집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너무 마음이 아팠다. 베베집사 곁에서 같이 슬퍼하고 위로를 주었던 푸딩이와 포우, 샤넬이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안 그래도 짧디짧은 생인데 냥이들은 그 조그마한 몸에 복막염, 심장비대증, 신장병 등 왜 이렇게 병명이 많은 건지. 약을 먹거나 수술을 한다고 낫는 병이 아니라서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한 나날도 정말 많겠지만 갑작스러운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집사의 갖은 노력 끝에도 결국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랭이의 죽음. 특히 랭이와 친밀했던 포우는 마지막까지 랭이에게 구석구석 정성스러운 그루밍을 해주며 랭이를 보내주었다.

지인이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나이가 제법 많은 두 아이들, 레아와 토르도 베베집사가 맡아 키우게 되는데 이미 고양이들로 가득 찬 방에서 이 두 녀석을 입양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녀는 여간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천상 집사다. 고양이들 역시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레아는 내가 키우고 있는 터키시앙고라 품종이어서 그런지 더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나중에 레아도 아파서 베베집사와 이별하게 된다. 아..이별은 너무 힘들고 아프다.

​앞의 챕터들은 도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고 마지막 챕터는 제주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모성애가 넘치는 쫀니는 새끼 4마리를 부양하느라 살이 찔 틈이 없다. 새끼들 주려고 사료를 입에 한가득 물고 다니거나 개에게 맞서 새끼들을 지키는 모습이 영락없는 용감한 어미 고양이다. 제주도의 산책냥이 오대오 이야기도 흐뭇하다. 그런데 오대오가 쫀니의 남편이었다니 이런 반전이 있나.

​도시 고양이 8마리에서 시작하여 제주도 고양이에게까지 거처를 마련해 주고 식사 제공, 청소, 중성화 수술 등 여러모로 애쓴 베베집사가 존경스럽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양이들과의 서사를 영상과 책으로 엮은 노력 또한 정말 대단하다. 고양이를 정말 애정하는 이 시대의 고양이 대통령 베베집사. 그녀는 지금도 바람 솔솔 부는 제주에서 20여 마리 고양이들과 뒹굴뒹굴하고 있겠지. 또 어디선가 그녀 곁에 홀연히 나타날 묘연을 기다리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