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소재는 BL에서 몇 번 봐왔던 소재였고 다른 작품과 차별화 되려면 공수간의 케미가 중요할 거라 봅니다.둘의 서사가 애절하거나 부부가 된 이후의 서로의 감정교류가 남달랐어야 했는데 이 작품은 꽤 단선적입니다.마을관습이래서 무녀랑 결혼했는데 알고보니 남자였다.그게 싫어서 거부했는데 상대가 날 좋아하는 걸 알고 나도 좋아졌다. 다시 관계를 재정립 해보자.이 부분에서의 작화가 두루뭉술하게 표현되서 '응, 갑자기 이런다고?' 하는 생각이 드네요. 좀 더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둘이 서로 이해하고 빠져드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습니다.
처음 오메가버스를 접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남자가 임신을 할 수 있다고?! 오덕후들이 집착을 하면 자연의 생태계도 넘는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개인의 성적지향성이라던가 그들의 마이너리티에 편견은 없는데 뭔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커플을 이어줘야 돼? 하는 생각에 BL입문기 초반엔 오메가버스물을 일부러 읽지 않았던 기억이 있네요. 뭐 지금이야 하나의 장르라 여기고 잘 보고 있습니다만 이 작품을 읽었을 때 오메가버스를 처음 봤던 느낌이 생각났네요. 읽는 나도 이렇게 당황스러운데 이 둘은 어땠을까요? 읽다보면 성경의 '창조론' 이나 다윈의 '진화론' 같은 어디서 들어봤던 이론들을 토대로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만들어 내더군요. 그런 부분이 신선했고 더불어 작가님의 예쁜 작화가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이번권에서는 둘의 감정교류 한층 더 깊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난 알파고 너 오메가니까 둘이 잘돼보자. 라는 식의 막 밀어붙이는게 아니라 차근차근 세계관의 서사나 둘의 감정교류를 보여줘서 다른 오메가버스 작품들과는 차별화가 있는 작품입니다. 그것하나만으로 읽을 가치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