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 - 미국 최고 발레단 ABT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 이야기
미스티 코플랜드 지음, 이현숙 옮김 / 동글디자인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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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야
표지 디자인의 진가가 드러나는 책이다.
본문의 문체와 분위기를 많이 닮았다.
뜨거운 열정을 가득 담아내면서도
서서히 몰입하게 되는 매력이 스며있다.

저자인 본인도 신기하다고 말할 만큼
(그런 환경에서 자신과 형제 누구도
엇나가지 않고 무사히 자란 것이)
다사다난했던 가정 환경부터 시작해
늦깎이, 일반적이지는 않은 신체 조건
인종 장벽 등 여러 장벽들을 넘어서는 모습에서
겸허한 마음이 저절로 차올랄다.

발레를 썩 잘 알지는 못하다 보니
ABT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뉴욕이 연고지인 세계적인 발레단.
우리나라 출신인 서희 발레리나가
최초의 동양인 수석 무용수로 있는 곳.
작년이었나 어느 인친님 스토리 편으로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했다는 걸 아는 정도?

하지만 이 책 덕분에
ABT라는 곳에 보다 관심이 생겼고
유튜브에 풀영상이 있으면
조만간 시간 내서 ABT의 영상들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공동체
ABT를 향한 뜨거운 사랑도 가득 느꼈다.

미스티 코플랜드의 공연 영상을
아직 제대로 본 적은 없는데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의 리뷰를 보면
춤선이나 무용 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호불호가 꽤 갈리는 무용수인 것 같다.

직설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도 좋았다.
본인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걸 인정했다.

관련 대목 중 하나를 언급하자면
’나는 진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음악에 강음이 나왔고
그냥 그 음에 맞춰 턱을 들어 올렸다.
한 번도 물어보거나, 그렇다고 방법을
완전히 터득한 건 아니었다.
그저 알았을 뿐이다. 그건 나의 본능이었다.
놀라운 건 대체로 그게 옳았다는 사실이었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왔던 몫도 크지만
춤에 관한 한 타고난 재능이 있었던 덕분에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하고도
프로가 되었고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그는 전혀 숨기지 않는다.
꿈을 꺾지는 않지만 희망고문 역시 없다.

약간의 매너리즘과 권태에 빠졌던 나에게
반성을 주는 부분들도 있었다.

“아직도 발레 수업을 들어?“
언젠가 어린 시절 친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질문은 나를 참 지치게 만들곤 했다.
이제는 아니지만.
”응.“ 내가 대답했다.
”난 영원히 발레 수업을 들을 거야.“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시 침착하게, 머리를 높이 들어 올리고
스스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한정된 소재로 계속 컨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회사 속의 내 모습에 잠시 버거움을 느꼈을 때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했고 당첨이 됐다.
그런 내게 응원과 일침을 모두 주는 책이었다.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뒤에도
스승인 러셀 서면&변화경 부부를 찾아가
레슨을 받는 백혜선 피아니스트와
이 부분에서 모습이 겹치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가들 역시 음악 한 곡만 두고도
무수히 연구하며 피땀 흘리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모습을 보고 동지 의식을 느끼며
다시 활력이 생겼다는 것에도
이 책이 참 고맙다.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또, 발레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큰 어려움 없이 정주행하면서
감동과 가르침을 함께 느낄 수 있으니
기회 될 때가 아닌, 기회를 마련해서
이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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